-설진(舌診)과 한의학-

기원전 1000년에 존재했던 고대 중국의 은나라 때의 갑골문자에서도 혀를 보고 진찰하는 문구가 있을 정도로 설진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진 한의학 진단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동의보감에는 “설위심지묘(舌僞心之苗)”라 하였는데, 혀를 심장의 싹이라고 하여 혀로 혈액순환과 심장의 상태를 파악하였고, “설위비위지외후(舌僞脾胃之 外候)”라 하여 비위의 상태가 혀에 반영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한의학에서는 혀를 단순히 말을 하거나, 음식 물의 섭취에만 관련된 부위로 보지 않고, 혀의 형태와 색깔 및 설태의 상태 등을 살펴서, 내부 장기의 허실을 살피고 질환의 진단과 예후의 판단에 사용하였음을 알수 있습니다.
그러면 정상적이고 건강한 혀는 어떤 모습일까요?
정상적인 혀의 색깔은 분홍색 또는 밝은 분홍색이고 혀끝이나 주변을 제외하고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하얀 설태가 고르게 끼어 있는 혀입니다. 침이 묻어 있어서 매끈한 광택을 보이고 윗니로 혀를 가볍게 문질러 볼 때 약간 거칠거칠한 감촉이 느껴지면 정상 입니다.
혀의 색을 보고 어떠한 것을 판단할 수 있을까요? 혀가 옅은 흰색이면 만성질환이나 빈혈 몸이 허약한 상 태입니다. 혀가 진한 붉은색이면 질병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을 뜻하고, 혀에 어둡고 검푸른 색이 돌면 몸에 어혈(瘀血)이 있거나 병이 위중한 때 나타납니다.
설태(舌苔)는 침의 양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침은 입안 청소부 역할을 하는데요, 입안에서 생기는 침의 양은 수면 중에 1/10로 줄기 때문에 흔히 자고 일어났을 때 설태가 가장 많이 끼게 됩니다. 설태는 위와 장, 간이 약하거나 안 좋은 분들에게 더 많이 끼게 되는데요, 소화가 평소 잘 안되는 분, 위장의 분문 괄약근이 약해져서 위산이 잘 넘어오거나 가스가 차서 트름을 자주 하는 분들에게 더 자주 나타납니다.
설태(舌苔)의 색에 따라서도 몸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백태(白苔) 흰색의 설태가 생긴다면 병이 초기이거나 중하지 않은 상태를 뜻합니다. 황태(黃苔) 누런색의 설태는 백태에 비해 병이 심한 경우로 급성 열병이나 염증성 질환, 어두운 설태는 병이 오래되거나 중한 환자를 의미합니다.
혀의 붉은 기가 옅고, 하얀색에 가까울 때는, 우리 몸의 에너지인 ‘기(氣)’와, 영양원인 ‘혈(血)’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평소에 몸이 찬 사람은 혀가 붉지 않고 입술과 얼굴색도 하얀 편이고 혈색이 나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람은 기력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과로 를 하거나 편식을 하면 좋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기력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쌍화차, 인삼차, 대추꿀 차가 좋습니다.
반대로 붉은 기가 강하고 혀에 누런 설태가 끼어 있으면 몸속에 열(熱)이 많이 차 있다는 신호입니다. 몸에 열이 있으면서 평소에 기름기가 많거나 매운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었다거나 술을 많이 마셨을 때 내장에 열이 축적되고 위에 열이 쌓인 위열증(胃熱證)이되면 나타나기 쉽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상체와 머리에 열감을 많이 느끼고 다한증, 안구충혈, 피부가 려움, 여드름이나 부스럼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습 니다. 차로는 몸을 맑고 시원하게 해줄수 있는 녹차, 국화차, 페퍼민트차가 좋습니다.
혀가 보랏빛의 어두운 색을 띠고 있다면 혈액순환의 문제와 혈액내 노폐물 증가를 의심해야 합니다. 보라 색이나 갈색의 반점이 있거나 혓바닥 아래의 정맥이 유난히 구불거리고 크게 튀어나와 있는 경우는 특히 혈액순환이 나쁘다는 증상입니다. 진한 흑색의 혀는 암이나 만성 난치성 질환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현우 원장 (나비솔한방병원, 한의사)
안현우 원장 (나비솔한방병원,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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