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며칠 밀린 농사를 하느라 바빴다. 지난 토요일에는 외부행사를 마치고 오후에 감자를 캤다. 감자농사 초반에는 풀을 잘 잡아 밭이 깨끗하고 예뻤는데, 다른 일로 바빠 잠시 손을 놓았더니 감자 반 풀 반이 되었다. 모처럼 밭에 오신 어머니는 ‘당신 같으면 이렇게 풀이 무성하도록 놔두지 않는다’고 말을 돌려 나를 비난하신다. 여름 햇볕은 무척 뜨거웠다. 그
138호 생태농사일기
오원근 변호사(법무법인 청주로)
2015.07.13 14:24
-
살아있는 것의 특징은 무엇일까? 변화다. 안에서 터져 나오는 생명의 요구에 따라 스스로를 바꾸어 가는 것이 바로 살아 있는 것이다. 이런 살아있음(변화)의 극치는 자연에 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에서 우리는 생명의 꿈틀거림(변화)을 있는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생명이어야만 삶의 가치(태어난 이유)를 다 누린다고 할 수 있다. 반
135호 생태농사일기
오원근 변호사(법무법인 청주로)
2015.06.04 11:14
-
비 내리는 일요일 오전, 느지막하게 아침을 먹고, 우리 가족은 짐을 꾸려 텃밭에 갔다. 짐은 밭에서 점심을 해 먹을 준비물이다. 밭에서, 비가 맨흙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것은 운치가 있다. 비도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흙바닥을 만나야만 자연스럽다. 비는 흙 속으로 스며들어 땅을 촉촉하게 적시고 땅에 사는 생명들에게 마실 것을 제공한다. 이렇게
133호 생태농사일기
오원근변호사
2015.04.23 11:29
-
봄볕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볕 좋은 봄 주말, 우리 가족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밭으로 간다. 바람이 아직 차기는 해도, 따스한 봄볕에 찬 기운이 옅어져 가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신발을 신었어도, 발을 타고 전해오는 흙의 부드러운 감촉은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의 긴장을 풀어준다. 이날은 할 일이 많았다. 먼저 땅속에 묻어두었던 김장독을 열었다. 본
131호 생태농사일기
오원근변호사
2015.03.19 11:09
-
필자는 6년 전 검사생활을 하면서 서울생태귀농학교에 다녔다. 전국귀농운동본부라는 단체에서 운영하였는데, 두 달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야간수업을 하고, 주말에는 농사현장으로 실습을 갔다. 우리 기수에는 모두 70여명이 들어왔다. 남녀노소 다양했다. 첫날 강의를 마치고, 학생들을 몇 개의 작목반으로 나누었다. 1년 안에 귀농할 사람들(구두미마을, 본디반),
129호 생태농사일기
오원근(법무법인 청주로) 변호사
2015.02.11 20:06
-
늦가을 단풍은 산이나 도로가, 가로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처해 있는 곳이 어디든, 그것(단풍, 물들기)은 여름을 정리하고 겨울을 준비하는 모든 생명에게 다 다가온다. 우리 텃밭도 그렇게 물들고 있다. 올해 처음 심은 마는 여러 색깔로 물들면서 이파리를 하나 둘 떨군다. 올해는 좀 게을러 김매는 것을 소홀히 하였는데, 내가 키우지 않은 풀들도 무성한 채
124호 생태농사일기
오원근(법무법인 청주로) 변호사
2014.11.03 11:52
-
지난 주말에도 우린 밭에서 잤다. 밭에는 그냥 컨테이너가 하나 있을 뿐, 수도나 화장실 등 도시의 편의시설은 전혀 없다. 지하수를 뽑는 시설은 있지만 수도꼭지는 없다. 이를 닦으려면 받아놓은 물을 써야 한다. 오줌이나 똥을 누려면 열댓 발짝은 걸어가 생태 뒷간을 이용해야 한다.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우린 작년부터 밭에 가서 자는 것을 즐긴다. 왜일까
118호 생태농사일기
오원근(법무법인 청주로) 변호사
2014.07.16 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