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200호에 부쳐

주말 아침, 요 며칠 정신없이 바빴던 시간을 증명이라도 하듯 목이 따끔거리고 잔기침이 나온다. 따끈한 생강차 한 잔을 타서 앞에 놓고 무심히 텔레비전을 켰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코로나19 뉴스 특보가 끝나고 화면을 채운 어느 광고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화면 속 식탁에 둘러앉아 단란하게 식사를 하는 가족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런데 아버지의 기침이 이어지자 아들과 딸, 아내가 보내는 눈빛이 차갑다. 몇 번 스쳐보았던 광고인데 오늘따라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전염성 강한 독감을 미리 예방하고 조심하자는 것에는 백번 동의하면서도 가족이 아플 때 걱정과 염려가 아니라 질책의 시선이라니. 광고 하나에 괜스레 예민한가 싶으면서도 아쉬운 마음이다.

두꺼비마을신문 지령 111호(2014년 3월 20일자)에 첫선을 보인 '공감교실' 첫 칼럼
두꺼비마을신문 지령 111호(2014년 3월 20일자)에 첫선을 보인 '공감교실' 첫 칼럼

편도가 부은 목으로 맵싸한 생강차를 한 모금 넘기며 식탁 옆 한쪽에 1주일간 쌓아둔 우편물들을 뒤적거린다. 이런 저런 우편물들 사이에 두꺼비마을신문도 있다. 정갈하게 포장되어 있는 신문을 꺼내 펼쳐보며 문득 처음 두꺼비마을신문에 글을 실었던 날이 떠오른다. 공감교실 코너로 두꺼비마을신문에 첫 글이 실린 것이 2014년 3월 111호. 어느덧 6년의 시간이 훌쩍 흘렀다. 언제나 마감일을 넘겨 허덕거리며 글을 보내는 불량 기고가의 수업 이야기, 학교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이웃들이 고맙다.

200호를 맞이한 두꺼비마을신문 밴드에 ‘마을신문에 바라는 점’을 보내달라는 제안이 눈에 띈다. 누군가의 기침에 걱정과 염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웃, 함께 보살피는 마음을 전하는 두꺼비마을신문이길 바란다.
매일같이 아픈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기쁨만큼이나 아픔을 기억하려 한다.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고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비록 지금은 아플지언정 그 아픔은 분명 길이 될 것이다.

추주연(청주교육지원청/ 산남퀸덤)
추주연(청주교육지원청/ 산남퀸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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