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교육지원청 근무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점심시간 산책이다.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 점심을 먹고 마을 산책길에 나선다. 사무실 창문 너머 나무들이 이리저리 춤을 추는걸 보니 바람이 차갑겠다 싶어 옷매 무새를 단단히 챙겨 나서는데 햇살 덕분인지 훈훈한 봄바람이다.
  갈래길에서 망설임 없이 두꺼비생태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동료 장학사님이 오늘 산책에서 첫사랑의 맛을 느끼게 해주겠다며 호언장담을 한다. 궁금함 반 호기심 반 따라나선 길에 걸음을 멈추어 선 것은 라일락 나무 앞. 하트 모양의 라일락 어린잎을 따서 건네더니 입에 넣어 씹어보란다. 라일락꽃의 진한 향기에 취해 입에 쏙 넣었다.
  무슨 맛일까 기대와 설렘은 일순간. 이내 온 입안에 퍼지는 쓴 맛이라니! 쓰디쓴 맛은 점점 더 강렬해졌다. 이맛살이 찌푸려지고 괴롭지만 뱉을 수도 없고 난감하다. “첫사랑이 이런 맛이라니 너무해.” 오만상을 하고 원망 섞어 내뱉은 말에 라일락 잎을 나눠 먹은 다른 동료가 “이건 첫사랑의 맛이 아니라 인생의 쓴맛이야.”라며 거든다. 구겨진 서로의 얼굴을 보며 깔깔거리고 함께 웃어버렸다.
  산책이 끝날 때쯤에서야 쓴 맛은 조금씩 옅어진다. 라일락 잎을 건넨 동료는 해마다 봄이 되면 라일락 잎을 씹어 그 맛을 잊지 않으려 애쓴다고 한다.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이라는데….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은 아름다운 만큼 가슴 아프게 쓴 기억 때문인 걸까?
  모든 ‘첫’은 강렬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유난히 ‘첫’이 많은 요즘, 학교 또한 예외 없이 의도치 않은 ‘첫’을 맞이하고 있다. 첫 개학 연기를 하고, 첫 온라인 개학을 실시하고, 첫 원격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원격수업을 지원하기 위해 주말에도 중등교육과 대부분이 출근해서 스마트 기기 배부를 위한 준비 작업을 했다. 모두가 처음인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가고 있다.
  내 생애 또 하나의 ‘첫’은 이번 선거에서 첫 사전투표를 한 것이다. 토요일 사무실 창밖으로 사전투표에 나선 마을 사람들 모습이 반갑고 정겹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멀찍멀찍 줄을 서있는데 참 신기하게도 기다리는 줄의 길이가 내내 비슷하다. 이심전심 통했는지 적당히 분산해서 나온 것만 같다. 당일 투표가 어려운 사람들을 고려한 사전 투표는 올해 안전한 거리 두기 투표의 대안으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첫’이라는 단어가 주는 두근거림과 설렘. 그리고 한편의 불안함과 두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보지 않은 길을 용기 내어 갈 수 있는 것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파이팅을 외쳐본다. 수많은 우리 생애 모든 ‘첫’을 위하여.

▲ 추주연(청주교육지원청, 산남퀸덤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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