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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손
오원근 변호사(법무법인 청주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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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호]
승인 2015.07.13  14: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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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외
즘 며칠 밀린 농사를 하느라 바빴다. 지난 토요일에는 외부행사를 마치고 오후에 감자를 캤다. 감자농사 초반에는 풀을 잘 잡아 밭이 깨끗하고 예뻤는데, 다른 일로 바빠 잠시 손을 놓았더니 감자 반 풀 반이 되었다. 모처럼 밭에 오신 어머니는 ‘당신 같으면 이렇게 풀이 무성하도록 놔두지 않는다’고 말을 돌려 나를 비난하신다.

 

   
▲ 수박
름 햇볕은 무척 뜨거웠다. 그 햇볕을 맞으며 어머니와 함께 감자를 캤다. 풀까지 뽑아가며 감자를 캐야 했기 때문에 일이 더뎠다. 내가 조금 앞서 가니, 어머니는 풀을 다 뽑는 거냐며 한 마디 건넸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동안 일과 스트레스와 술에 지친 몸이 무척 힘들어했다. 별로 힘들어하지 않는 것 같은 어머니에게 쉬었다가 해가 조금 기울면 다시 하자고 했다. 등목을 하고 컨테이너 방 안에 들어가 있으니 힘든 것이 조금 풀렸다. 쉬는 사이에 용규 형이 왔다. 용규 형과는 이날 같이 감자를 캐기로 했다. 못내 아쉬워하는 어머니를 시골로 돌려보내고, 용규 형, 아내와 함께 다시 감자밭으로 갔다. 올해 가물기는 하였지만, 장인어른께서 펌프로 물을 뿜어 계속 물을 대 준 덕분에 우리 감자는 크기가 그런대로 괜찮았다. 세 명이 같이 일을 하니, 지루하지 않게 일을 마쳤다. 용규 형에게 감자 1박스와 고추, 오이 등을 드렸다.

요일에 다시 밭에 갔다. 밭에는 밀린 일들이 여전히 많았다. 가장 큰 일은 풀을 뽑는 것이다. 뜨거운 날임에도 밀짚모자를 쓰고 고추밭, 토마토 밭, 참깨 밭, 부추 밭의 풀을 다 뽑았다. 그 사이 아내는 1주일 전에 캔 마늘을 짚으로 묶었다. 한참 풀을 뽑고 있노라니 어느 순간 손바닥에서 이상한 느낌이 전해 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바닥에 물집이 생겼다가 터졌다.

것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그동안 앞에 ‘도시’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하였지만, 자칭 농부라고 말해온 터에, 풀밭 두어 시간을 맸다고 손바닥이 까지다니,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르려고 했다. 이 손을 어떻게 농부의 손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전에도 가끔 내가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손바닥을 보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젠 어디 가서 농사짓는다는 말을 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리 밭은 풀만 많은 것이 아니다. 오이와 수박은 진딧물이 잔뜩 붙어 제대로 크지 못하고, 고추도 하나 둘 병든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화학 농약이야 당연히 쓰지 말아야 하겠지만, 천연농약이라도 공부하고 구해와 사용해야 할 텐데, 전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마늘과 양파를 뽑은 밭에도 무언가를 심었어야 하는데 그냥 놀리다 보니 말 그대로 풀 천지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순전히 게으름 때문이다. 스트레스와 과음에 지친 몸이 꼼꼼하게 밭일을 챙기지 못한 것이다.

요일에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감자를 캔 밭에 당신이 콩을 심겠다고 하신다. 난 콩을 심으려면 다시 밭을 다듬어야 하고, 장인어른 계시는데 어찌 와서 일을 하시려고 하느냐며 화를 냈다. 그러면서 내가 시골서 콩 모종을 가져다가 심겠다고 했다. 그래서 화요일 새벽 시골에 가 콩 모종을 가져와 감자 캔 밭에 심었다. 두둑은 콩이 자리를 잡은 다음에 만들기로 했다. 출근도 해야 하는 바쁜 시간이었지만, 가능한 한 하나하나 천천히 느끼며 일을 하고자 하였다. 비뚤비뚤하기는 하지만, 줄 지어 심긴 콩 모종들이 예뻤다. 앞으로 남은 농사만이라도 느끼고 즐기며 열심히 하자. 집에 돌아와서는 108배까지 하고 출근했다.

   
▲ 감자 캔 밭

   
▲ 창고에 저장한 감자

   
▲ 뒷간으로 올라가는 포도

 

 

 

 

   
▲ 조선오이

   
▲ 짚으로 엮은 마늘

   
▲ 참깨밭

 

 

 

 

 

   
▲ 고추밭

   
▲ 토마토 밭

※ 이젠 소재도 떨어지고 개인적인 사정도 있어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진짜 농부의 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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