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클라라의 그리스 이야기

아테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자칫 뉴스에 날 뻔한 사고를 겪은 우리는 한참이나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간신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어디 멍든 데는 없는지, 상처가 나지는 않았는지를 점검하고, 무거운 여행 가방을 끌고 렌트카 업체에 도착했다.

9인승 봉고차를 빌린 우리는 아테네 근교 도시 마라톤을 찾아갔다. 아테네 시내에 위치한 근대 올림픽의 탄생지인 커다란 스타디움을 보았던 우리는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서 대부분의 단체 여행객에게 외면받는 작은 도시 마라톤을 굳이 봐야겠다는 ‘디오니소스님’(별명)과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아폴론님’의 주장을 받아들여 방문해 보기로 했다. 사이프러스 가로수 길도 이국적이고, 인공 호수 마라톤을 끼고 가는 산길은 참 고즈넉하고 스릴도 있고 아름다워 참 잘한 선택임이 분명했다. 호수에는 꽤 긴 다리가 하나 있는데 ‘One Way’라서 다리 양쪽 끝에 신호등이 있어 반드시 초록 통행 불이 켜져 있을 때 건너가야 한다. 낯선 이방인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스포츠 마라톤 Marathon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라면  올림픽과  월드컵이다. 월드컵은 축구에 한정되어 있지만, 올림픽은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이다. 4년에  한 번씩  열리기에  메달에  대한  가치는  더 크며, 마라톤은 ‘올림픽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장 주목받는 종목이다. 

그리스는  예로부터  수많은  도시들이  모인  연합  국가의 형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각 도시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할  수 있는  장이  필요했다. 
이에  고대  그리스에서는 4년마다  모여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스포츠  경기를  했다. 경기를  통해  육체와  정신의 단련, 그 속에서  화합과  그리스의  통일을  이루려는 큰 목적이었다.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 마라톤이 라는 도시를  꼭 가봐야 하지 않을까?

사이프러스나무가 멋진 가로수길
사이프러스나무가 멋진 가로수길

 

마라톤이란 말의 유래
마라톤이라는 말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키온의 왕 에포페우스의 아들 이름에서 유래했다. 마라톤은 아버지 에포페우스의 왕의 폭정을 피해 아티카 지방으로 가서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 마라톤을 건설하였다. 그의 두 아들 시키온과 코린토스 역시 같은 이름의 도시를 만들었다. 또 다른 설은, 고대 로마의 저명한 저술가 플루타르코스의 전승에 따르면, 틴다레오스의 아들들이 아테네의 테세우스를 공격할 때 이들과 함께 싸운 전사 중에 마라톤이라는 병사가 목숨 바쳐 싸운 것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스포츠 마라톤의 기원
기원전 490년 아테네와 페르시아 간의 전투에서 아테네 군대가 페르시아군을 격파하자, 이 승전보를 알리려고 필립피데스라는 아테네 병사가 마라톤 벌판에서 아테네까지 약 40킬로미터의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가 “우리가 승리했다. 아테네 시민이여, 기뻐하라!”고 외친 후 죽었다는 설에서 스포츠 마라톤이 기원한다. 근대 올림픽 부활 당시 소르본 대학의 언어학자 이셀 브레얼 교수가 이러한 고사를 쿠베르탱 남작에게 말한 데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1896년 제1회 근대  올림픽인  아테네  대회부터  마라톤 경주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마라톤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 조선체육협회 주최로 열린 경성 일주 마라톤 대회에서 기원했다. 이 대회를 시작으로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대회에서 손기정 선수가 올림픽대회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이 감격적인 이야기는 영화 <레이스>로도 만들어졌다.

광복 후 1947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서윤복 선수가 우승을 했고, 그 이후 이봉주, 황영조 등의 챔피언들이 나왔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자랑스러운 우승과 전적은 ‘마라톤 RUN박물관’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말 뿌듯했다.

마라톤 RUN박물관
마라톤 RUN박물관

 

 

도시로서 마라톤
그리스 아티키주 북동아티키현의 도시이다. 마라톤은 그리스어로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회향’을 가리키는데 지명 마라톤은 ‘회향이 많은 곳’을 뜻한다. 회향은 미나리과의 향이 강한 채소로 씨앗과 잎이 요리에 쓰인다고 하는데 직접 실물은 못 보았다.

인공호수 마라톤
인공호수 마라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수 근처의 레스토랑을 찾아봤는데 비수기라서 꽤 여럿 되는 그림 같은 식당들이 모두 문을 닫아서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올리브, 토마토, 오이, 페타치즈로 조합된 그리스 샐러드에 어우러지는 드레싱은 올리브 오일, 식초, 레몬즙, 소금, 꿀과 허브가 들어가는데 아마 이 복합 허브에 들어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라자냐, 올리브오일, 꿀, 발사믹 식초와 타임, 바질, 오레가노, 커민 같은 허브를 사왔다. 집에 돌아가면 이 재료들로 뒤풀이 모임을  할 예정이다.

그리스 샐러드
그리스 샐러드

 

 

※ 클라라의 여행 꿀팁
여행지 어디든 무조건 현지 음식을 먹는 걸 추천한다. 가 
리는 것이 없이 다 잘 먹는 나로서는 제일 먼저 마트나 시 
장에 들려서 장을 본다. 식당에서 사 먹는 것도 좋지만 직 
접 재료를 구해서 함께 만들어 먹는 것도 멤버들 간의 우 
애를 다지는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 여행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한국에서 쌀부터 된장, 고추 
장, 쌈장, 간장, 조미료, 국수, 라면, 김, 누룽지 같은 식재 
료를 여행 가방 하나 짊어지고 온 ‘디오니소스’ 덕분에 먹 
거리가 훨씬 풍부해졌지만 말이다.

 

<다음 호에는 고대 도시 코린토스와 코린토스 운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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