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클라라의 그리스 이야기-3
그리스 아테네하면 모두들 유네스코 엠블럼의 모델인 파르테논 신전을 떠올릴 것이다. 책과 영상으로만 보던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와 흥분으로 힘차게 아크로폴리스 언덕을 올라간다.
우선 그리스신화의 올림포스 산에 산다는 12명의 신들의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저마다 캐릭터가 뚜렷해서 신화 속 사건 사고를 더 흥미롭게 만들기도 하는데 산 꼭대기 신들의 처소에 살면서 인간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있는 그들을 간단히 정리해보자.
▶제우스(Zeus) : 올림포스 12신 중 수장. 바람둥이 신. 법과 질서와 기후를 관할하고 하늘을 다스리고 전 세계를 통치한다. 로마신화는 쥬피터(Jupiter).
▶헤라(Hera) : 제우스의 누나이자 아내. 여신 중 최고의 권력자로 혼인과 출산, 가정을 수호한다. 바람을 피우는 제우스 때문에 질투와 복수의 여신이라고도 불리운다. 로마신화는 유노( Juno)
▶포세이돈(Poseidon) : 제우스의 형. 바다의 신으로 삼지창과 흰 말이 이끄는 전차가 그의 상징이다.
▶데메테르(Demeter) : 제우스의 누나. 곡물의 생산력을 관장하는 대지의 여신.
▶아테나(Athena) : 제우스의 딸.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네 수호신으로 많은 그리스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로마신화는 미네르바(Minerva)
▶아폴론(Apollon) : 태양의 신이라고 불리우는 제우스의 아들. 음악, 시, 의료, 예언, 궁술의 신. 하프와 금관, 백조가 끄는 마차가 상징이다.
▶아르테미스(Artemis) : 제우스의 딸로 아폴론과 쌍둥이 남매다. 달과 사냥의 여신으로 영원히 처녀성을 지켰다고 전해진다. 로마신화는 디아나(Diana).
▶아레스(Ares) :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 전쟁의 신. 로마신화는 마르스(Mars).
▶헤파이토스(Hephaistos) : ‘낮을 빛내는 사람’이란 뜻으로 불과 대장장이의 신. 솜씨가 좋기로 유명하며 절름발이며 아주 못생긴 그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남편이라는 것도 재밌다. 로마신화는 불칸(Vulcan)
▶아프로디테(Aphrodite) :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난 사랑과 미의 여신. 로마신화는 비너스(Venus)
▶헤르메스(Hermes) : 부와 행운을 상징하는 상업의 신. 모자를 쓰고 지팡이 달린 샌들을 신고 있다.
▶디오니소스(Dionysos) : 술과 연회의 신. 포도 재배법과 포도주 만드는 방법을 인간에게 가르쳐 주었다. 로마신화는 바쿠스(Bacchus).
그리스·로마 신화는 고대인들의 상상 세계가 만들어 낸 이야기이지만, 수천 년이 지난 현대에도 ‘살아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 철학자와 역사가에게 영향을 주었고, 미술과 문학의 중요한 주제가 되었으며, 음악·과학에 이르기까지 서양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이번 여행의 주제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하는 방법으로 우리 일행은 신화속 이름으로 별명을 정해 여행 내내 그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 술맛을 아는 디오니소스, 인생의 승리자가 되고 싶은 니케, 지혜의 여신 아테나, 여신 중의 최고의 권력자 헤라, 한없이 아름다워지고 싶은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태양의 신 아폴론이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펴며 더 즐겁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신전들을 집중해서 보았다.
BC 492~448년 그리스연합군과 페르시아 사이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만든 것으로, 파르테논 신전으로 들어가는 입구 즉 프로필라이온 우측에 있다. 날개가 잘린 니케 여신상은 승리의 여신인 니케의 날개를 잘라 영원히 아테네에서 떠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였다고 하는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흥망성쇠의 중심에 있던 이 도시의 운명을 미리 알고 그 간절함을 표현했을까 싶다.
서쪽에 있는 유일한 통로이며 출입문. 이 문을 경계로 인간과 신의 영역으로 나뉜다. 거대한 열주가 나열되어 우아함과 웅장함이 조화를 이루며, 감히 인간들이 들어 갈 수 없을 것 같은 신들의 성소로 들어가는 문.
BC 447년에 공사가 시작된 파르테논은 아테네의 강대함을 그리스 전역에 알리려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그리스의 정치가이며 군인이었던 페리클레스는 도리아 양식으로 BC427〜424년에 페르시아를 물리친 아테네의 수호신 아테나를 위해 이 신전을 건립하였다. 높이 12m의 아테나상을 위한 건축물이었지만 로마와 비잔틴 시대는 교회, 오스만 제국 때는 이슬람 사원으로 1087년에는 무기고로 사용되었다.
기둥 수 127개의 거대한 규모였던 신전은 폭탄으로 지붕 전체가 날아가고 현재는 신전의 토대와 조각 파편만이 남아 있지만 장대하고 화려하게 장식되었으며, 색채 또한 찬란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복원공사가 한창이어서 제대로 감상하기가 힘들었다.
BC 393년에 이오니아식으로 만들어진 포세이돈 에레크테이온을 주신(主神)으로 아테네의 건국영웅 에렉테우스왕을 모신 신전이다. 남쪽면에 문을 받치고 있는 6명의 각기 다른 아름다운 소녀상 ‘카리아티드’ 로 불리우는 돌기둥이 있는데, 여기에 있는 것은 모두 복제품이며 5개의 진품은 아크로폴리스 고대박물관에 1개는 안타깝게도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있다. 이 신전 앞에 아테나 여신이 아테네에 선물했다는 신화에 등장하는 올리브나무가 있다. 그러나 사실은 1900년대 초 독일의 고고학자가 심었다고 한다.
서양고전학자 김헌의 책 <신화와 축제의 밤 그리스 문명 기행>에 보면 “가장 아름다운 일은 ‘축제’라고 말하며,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이 죽음을 잊고 영원한 존재인 신들과 하나가 되는 현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각자 좋아하는 신이 되어 그리스를 한껏 느껴보았다.
☞ 클라라의 여행 꿀팁
해외에서는 현지인이 된 것처럼 이름을 바꿔보자. 이번엔 우리는 그리스 신들의 이름을 선택했는데, 스무 살 청년부터 60대까지 나이 차이가 있는데, 이렇게 부르니 모두 친구처럼 동등해지고 존중하는 것 같아 관계가 좋아졌다. 굳이 외국이 아니더라도 모임에서 하루는 꽃이나 나무 이름, 어떤 사물이나, 아름다운 추상적 언어로 이름을 정해 불러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다음 호의 그리스의 철학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