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클라라의 그리스 이야기-1

지난해 11월 22일부터 12월 7일까지 그리스와 튀르키예를 다녀왔다. 고대 그리스의 문명과 유적들 중 특히 그리스신화와 고대도서관과 민주주의에 관한 것을 중점적으로 공부하고 살펴보고자 떠난 여행이었다. 여행에 앞서 관련된 책도 보고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등에서 찾은 자료들을 작은 노트에 적어 정리해보며 3년 만에 타보는 긴 비행시간도 개의치 않는 설래임을 가졌었음을 고백하며, 지금도 생각하면 꿈만 같은 경험담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왜 하필 그리스였을까? 아주 오래전 영국에 1년 동안 있었던 시절에도 나의 여행국가 목록에서도 제외되었던 그리스가 왜 가고 싶었을까?

그리스는 일단 우리나라보다도 작고 유럽연합국가 중에서 잘 사는 나라도 아니고, 한때 국가부도 위기도 있었고, 그냥 떠오르는 이미지로 돌덩이뿐인 유적지가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곳인데 말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나'를 찾는 자아성찰적인 인간의 본성으로 ‘왜 사는가?’, ‘무엇으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과 그것의 해답을 찾아 헤매는 방황하는 영혼을 가진 우리는 숙명적인 ‘삶의 그 어디 쯤에 와 있을까’ 하는 인지적 출발에서 지금의 나는 ‘왜 작은도서관이나 마을공동체에 몸 담고 있는 것이 재미있고 즐거울까?’, 내 주변에선 간혹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명예가 되는 일도 아닌데, 오히려 돈 써가며 힘들게 그런 열정을 바칠 수가 있을까’ 하고 핀잔을 주는 이들도 있는데 말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공동체’이다. ‘가정공동체’, ‘신앙공동체’, ‘마을공동체’처럼 이 말은 어떤 이익집단이나 사악한집단이 아닌 순수함 그 자체이다. 언제부터인지 ‘가족이기주의’가 보편화되고 정당화되어 ‘내 아이’, ‘내 가족’만 소중해서 협동보다는 친구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어야 하는 경쟁사회로 치닫게 만드는 구도로 나아가고 있음을. 그리하여 무조건 ‘스카이’ 진입이 마치 부모의 인생까지도 성공과 실패의 판단으로 삼는 흉악한 사회가 되어버렸음을. 학교폭력과 왕따는 나아가 사회까지 번져가 범죄가 되고 삶을 우울하게 만든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해답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민주주의 탄생지'인 그리스를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테네는 서울에서 직항이 없는 관계로 이스탄불공항을 경유해야 했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카타르월드컵과 맞물리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엄청나게 많은 비행기들이 이스탄불 신공항을 경유한다는 것을 몰랐던 우리는 2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이 넉넉할 줄 알았는데 활주로 사정으로 3시간을 상공에서 선회하는 바람에 12시간 걸리는 거리를 15시간 만에 내렸으나 당연히 예약 비행기는 놓치고, 12시간 후의 비행기를 타야 했으니 꼼짝없이 11시간을 공항에서 노숙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11시간을 버티고, 2시간 30분 동안의 비행 끝에 그리스 아테네에 현지시각 8시 40분에 입성했다. 그리고 다시 에어비엔비 숙소까지는 공항버스를 타고 이동. 그런데 아뿔싸 중간에 버스가 고장이 나서 내리란다. 다음 버스까지 30분 정도를 기다리라고 한다. 우리가 끊은 버스표로 지하철이 가능하다고 현지인이 얘기해줘서 무거운 여행 가방을 가지고 다시 지하철역으로 갔다. 그러나 우리가 고장난 버스에서 내릴 때 환승을 위한 티켓을 찍지 않았기에 역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올라올 수 밖에 없었다. 기다린 끝에 버스를 타고 구글지도에 집주소를 입력해서 밤 11시 40분에야 도착했다. 집에서 출발한지 38시간 만에 숙소에 입성한 것이다. 아주 긴 여정이었지만 내일부터 본격적인 탐색을 한다는 설렘으로 피곤하기도 했지만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좌충우돌 클라라의 그리스 이야기는 다음 호를 기대해주세요.>

 

※  클라라의 여행 꿀팁 한 가지


여행의 필수품목 중 하나가 넓은 스카프와

큰 타올 그리고 에어 베개이다.

우리 같은 이코노미 승객들은 편안한 라운지가 제공되지 않으니 의자 3개에 웅크리고 누워도 불편하다. 이스탄불 신공항에서 카펫 바닥은 푹신해서 이걸 깔고 잘 수 있었다. 허리를 펴고 누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아주 다행이었다. 그리고 이 3종 세트는 저렴한 숙소에서도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