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클라라의 그리스 이야기

장소: 그리스 아테네
11월 23일 수요일 날씨: 비와 구름

단잠을 자고 일어나니 하늘이 뿌옇다. 담장이 없이 빌라 건물들이 줄지어 붙어 있는 창밖의 풍경은 드디어 외국에 있다는 실감이 났다. 책과 사진, 영상으로만 보아왔던 아테네의 유적들과 그리스·로마 신화 이야기로 익숙한 신들의 성전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에어비엔비 숙소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섰다.

그러나 날씨가 우리를 호락호락 반겨주지 않는다. 구름 낀 하늘은 이내 비를 뿌려대고, 바람까지 불어대서 우산과 함께 우비까지 입어야만 했다. 아테네는 도시가 그리 크지 않아 웬만하면 버스나 지하철을 한 번 타거나 조금 걸으면 되기에 우리는 도시 구경도 할 겸 걸어 가기로했다.

숙소에서 산티그마 광장까지 20여 분을 비와 사투를 벌여 도착했는데 우리의 정성이 갸륵했는지 마침 비가 그쳐 본격적인 유적탐방을 시작했다. 비록 돌뿐인 유적지이지만 거의 2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 그 당시 어땠을지를 각자가 로마 귀족 또는 시민이 되어 누구를 만나고, 어떤 토론을 하고, 무슨 행동들을 했을까 하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설레었다.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유적(LIBRARY OF HADRIANUS)

AD131~132년에 로마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에 의해 아크로폴리스 북쪽에 지어졌다. 안뜰을 둘러싸고 있는 전형적인 포룸 형식으로 수영장, 강당, 교실, 파피루스로 된 책을 보관하는 도서관이 있었다. 대부분 파손되었지만 벽면은 거의 완전하게 남아 그 아름다움을 짐작케 한다. 로마시대의 기둥 양식 중 코린트양식의 표본이다. 앞으로 계속 보게 될 유적에서 로마시대 대표적 기둥 양식 3가지 -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을 비교하며 발견해가는 기쁨을 맛보게 될 것 같다.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아고라(Roman Agora)

1세기에 줄리어스 시저와 아우구스투스 후원에 의해 건설되었다. 아고라는 고대 공공장소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었고 그리스 사람들이 중요한 일을 할 때 모였던 장소였다. 아고라는 시민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소통하는 광장이었고, 중요한 정치 사안을 자유롭게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도 이곳에서 시민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했다고 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그렇지만 건물은 물론 기둥조차 남지 않아 과거의 그 영광은 온데간데없고 바닥과 기초만이 쓸쓸히 남아있다.

 

아레오파고스 언덕(대법원)

전쟁의 신 ‘아레스의 언덕’이라는 뜻으로 오랫동안 귀족들의 회의가 열리는 장소이자 재판정으로 민주주의의 확대와 함께 시민의 힘이 증가하면서 본래의 기능은 약화되었지만 지금도 그리스에서는 ‘아레오파고스’는 대법원의 별칭으로 쓰고 있다. 또한 이곳에는 사도 바오로의 2차 전도 여행 중 복음을 설파했던 기록이 사도행전에 고스란히 적혀있다.

 

헤로데스아티쿠스 음악당

BC 160년경에 아크로폴리스에서 가장 나중에 만들어졌으며 아치 형태의 무대벽만 옛날 그대로이고, 1950년에 대대적인 복원으로 좌석을 만들어 음악제가 열리는 곳으로 조수미성악가도 여기서 공연을 했다. 부채꼴 모양의 관람석의 아름다움과 여기서 이루어졌을 고대 연극들, 예를 들어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같은 것들이 공연되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이만큼 구경을 하고 나니 배고픔이 몰려와 신타그마 광장에 있는 <THE GRECO'S PROJECT>라는 전통 그리스식당에서 꼬치구이 수블라키와 케밥, 튀긴 호박, 그릭 샐러드 등으로 요기를 했다. 관광지라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가격이 좀 있어 맘껏 먹지는 못했다. 식사를 한 후 고대 아고라 박물관과 헤파이스토스 신전을 방문했다.

 

고대 아고라 박물관 ( Acient Agora Museum )

고대 아고라는 아테네 도시국가 시절 최초의 직접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 민회(시민총회)가 열린 곳으로 민회는 나중에 프닉스(지금의 프니카)로 이전되었지만 처음엔 이 아고라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장소이다.

 

그중 제일 관심 가는 유물은 <도편추방제>의 도편들이다. 도편추방제란 고대 그리스 민주정시대에 위험인물을 전 시민에 의한 비밀투표로 10년간 국외로 추방한 제도로 민주적 대대혁의 하나로 시작되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참주와는 관계도 없는 유력한 정치가를 추방하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었다. 이 도편들을 보며 민주주의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또 하나는 고대 그리스의 투표 용구인 ‘클레로테리온’이라는 일종의 제비뽑기로 재판에 필요한 각 부족의 배심원 뽑기를 하였고 소크라테스의 재판에도 사용되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헤파이스토스 신전

불과 대장장이의 신이며 아프로디테의 남편인 헤파이스토스를 기리는 신전으로 지금도 원형이 잘 보존되어있고 신전 중 유일하게 지붕이 남아있다. 5세기경에는 그리스도교 교회로 사용된 적이 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 아테네의 상징인 아크로 폴리스이야기는 다음 호를 기대해주세요.>

※ 클라라의 여행 꿀팁

 

사실 이스탄불 공항에서 또 하나의 사고가 있었다. 일행들의 비행기 좌석이 떨어져 있어 내리는 통로가 달라서 헤어진 적이 있었다. 3시간 연착으로 다음 비행기는 놓쳤고 떨어진 일행은 로밍을 안 해서 전화도 안 되고 공항의 무료 와이파이도 쓸 수 없었다. 그래도 어찌어찌하여 40여 분만에 놓친 비행기 게이트에서 모두 만날 수 있었다. 이 일로 인해 단체로 움직이는 동안에는 꼭 둘씩 짝을 지어 다니기로 했다. 그리고 웬만하면 한국에서 로밍 서비스를 점검하거나 여행지 나라의 유심칩을 바로 사거나 해야하는 걸 알았다. 일행이 함께 있으면 길을 잃거나 무슨 사고가 나도 해결할 수 있으니 꼭꼭 뭉쳐 다니자. 우산과 우비는 필수(없으면 현지에서 바로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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