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가더니 한파 특보가 내려졌다. 한파가 몰아치는데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그칠 줄을 모른다. 요즘 어린이집에서는 놀이 중심교육을 하고 있다.
‘놀이 중심’ 이 다소 낯설 수 있을 것이다. 놀이 중심이라고 하면 선생님께서 흥미 영역을 구성하고 계획을 하였더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가 있으면 그것을 더 재미있게 할 수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예전에도 도시에서는 유치원을 보내겠지만 ,내가 자란 문경에서는 농번기 때 잠깐 열리는 탁아소를 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탁아소를 다니던 때의 기억은 내가 유아교육을 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부모님들이 농사로 바쁜 틈에 아이를 돌보는 것이기 때문에 마을회관에 아이들을 모아서 교육 이라기보 다는 보호를 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탁아소를 다니며 하던 놀이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기다란 새끼줄을 묶어서 칙칙폭폭 기차놀이를 하며 온 동네를 다니다가, 담벼락 아래에서 고운 흙을 파서 밥을 짓고 호박꽃을 따서 반찬을 만들며 놀았다. 탁아소에서 형식에 갇혀 있지 않고 다니며 놀던 것들이 어찌 보면 지금의 놀이 중심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는 기다리던 눈이 내렸다. 아침 일찍부터 동네 꼬마들은 운동장에 썰매를 끌고 나와서 신이 났다. 오랜만에 눈이 내려서 반가운 모양이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눈 오는 날이 많았다. 주먹만 한 눈을 뭉쳐서 골목의 여기저기를 굴리다 보면 어느새 어린 내가 들기는 어려운 크기로 커져 있다.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서 눈사람을 만들었다. 아버지는 눈사람에 소나무 가지를 꽂아서 팔을 만들어 주셨다. 차를 타고 가다 어린 아들을 위해 아빠가 눈을 뭉쳐주고 그것을 받아 든아들은 열심히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을 보았다. 옛날 눈사람을 만들어 주시던 힘센 우리 아버지만큼은 아니라도 아들과 작은 눈사람을 만드는 부자의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다.


일부러 차를 세우고 이 동네 사느냐고 말을 건네 보았다. 눈이 많이 왔으면 아이들이 충분히 가지고 놀 수 있을 텐데 모양 틀에 눈을 넣고 찍어 내는 모습을 보며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천지가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시절에는 눈이 내리면 뒷동산에서 볕 짚을 넣은 비료 부대로 자연 썰매를 타고, 얼음판으로 변한 논에서는 동네 꼬마들이 아버지가 만들 어주신 나무 스케이트를 타며 해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요즘은 아이들이 밖에 나가 자유롭게 놀 수 없지만, 아이들의 동심을 키워주는 뭔가를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최미경 ​​​​​​​ (산남계룡 리슈빌 어린이집 원장)
/  최미경 ​​​​​​​ (산남계룡 리슈빌 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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