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소쩍새가 울고 천둥과 먹구름 속에서도 꽃을 피워, 열매가 익어가는 풍성한 가을이 되었다. 학창시절 가을이면 노란 들국화를 꺾어다 화병에 가득 꽂아 두었다. 방안에 가득한 향기가 얼마나 좋았던지 해마다 가을이면 들국화 향기가 그립다.

며칠 전 황금 들판을 달려 우리 어린이집 아이들을 데리고 고구마 캐기 체험을 다녀왔다. 체험 장은 하루에 한 팀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전 날부터 비 예보가 있어서 혹여 비가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다행히 체험을 마치고 돌 아오는 시간까지 비가 내리지 않아 아이들은 농장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었다. 남일면에 있는 농장은 도자기 교실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농장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농장의 정원에는 아름다운 구절초 꽃이 한창 피어 있어서 깊어가는 가을의 절정에 와 있는 듯했다. 아이들은 돌계단한 칸 한 칸을 건너가며 꽃 사과나무에 발길이 머문다. 손톱만 한 꽃 사과가 조불 조불 달려 있다. 고사리 손 으로 따서 먹어 보았다. 새콤하면서도 신맛이 강해서 아이들은 얼굴을찡 거리며 이내 뱉어낸다.

농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아이들과 고구마를 캐 보기 시작 했다. 새로 산 장화를 신고 호미로 땅을 파는 모습이 제법 의젓하다. 선생님이 먼저 아이들에게 시범을 보여준다.
“얘들아 고구마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 ” 호미질 몇 번에 땅속에 숨어 있던 고구마가 살짝 보인다. 아이들은 와~ 탄성을 자아낸다. 고구마는 줄기 식물이라 한줄기에도 몇 개씩 달린다. 땅을 팔 때마다 딸려 나오는 고구마를 마치 땅속 에서 보물을 발견 한 듯이 신기해한다.

제 얼굴만 한 고구마를 치켜들고 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대단한 일을 한 듯 뿌듯한 마음을 자랑한다. 주렁주렁 딸려 올라온 고구마를 들고 찰칵 사진도 찍었다. 호미를 가지고 땅을 파보기도 하고 밭이랑을 뛰어 다니며 신이 났다. 흙 밟을 일 없는 도심에 사는 아이들이 고구마를 캐면서 만져 본흙의 부드러운 느낌을 오래도록 기억하면 좋겠다.

드디어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점심시간이 되었다. 엄마가 정성으로 싸준 도시락을 펼쳐서 오물오물 작은 입이 비좁게 먹는다. 그새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학교 다닐 때 소풍 가던 날 생각이 난다. 소풍 가는 날은 잠이 일찍 깼다. 엄마가 미리 삶아둔 밤, 계란, 김밥, 소풍날만 먹을 수 있었던 사이다 한 병을 싸 들고 소풍 가는 날은 정말 행복했었다. 도우미로 와주신 부모님들도 아이들과 둘러앉 아서 점심 먹는 것을 도와주신다. 배가 찼는지 서로 자기 엄마가 싸준 김밥을 하나 먹어 보라며 친구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저녁에 엄마 아빠와 오늘 캔 고구마 삶아 먹을 이야기로 돌아오는 차는 소란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하루가 행복하다.

최미경(산남계룡 리슈빌 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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