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인구가 0.8명대로 접어든 한국에서는 앞으로 몇 차례의 인구 충격이 사실상 확정되어 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 동안 한 사람의 인격적, 인지적 성숙을 책임져 왔던 상당수의 학교는 폐교될 것이고 거주지구에 따라 학교가 생겨나기도 할 것이다. 고유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학교의 폐교 소식은 비록 그 학교를 나온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약간의 아련한 감정을 갖게 한다.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지적장애라 하더라도 인지능력이 양호한 경우 비장애 아동들과 같이 지역의 학교에 진학한다. 학교마다 편성된 반의 명칭은 다르겠지만 소위 특수교육 대상 아동으로 분류되어 별도의 교육 과정을 받게 된다. 중증 장애아동은 진학에 대한 고민이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중증 장애 학생이 진학할 수 있는 특수학교는 거의 정해져 있으며 각 학교는 모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학생들의 특징을 규정할 수 있다. 맹학교는 시각 장애, 혜화학교는 뇌병변 장애, 성신학교는 자폐성 장애, 혜원학교는 지적장애로 정도에 따라서는 누군가에겐 유일한 학교이기도 하다. 진학이 가능하다면 학교와의 거리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으며 장애 학생들의 교육 접근성, 학교의 과밀 문제는 특수학교의 추가 건립을 요구해 왔다.

2017년 서울시 강서구에서 있었던 장애아동 엄마들의 ‘무릎 호소’는 한국의 특수교육 역사에 가장 중요한 사건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과 더불어 보육의 기능을 크게 갖고 있는 기관이다. 당시의 무릎 호소에 참여했던 부모들은 특수학교를 혐오시설로 간주하고 부동산 가치의 하락을 경계한 주민들의 모욕을 견뎌야만 했다. 현재 청주시 율량동에는 2023년 개교를 목표로 특수학교가 지어지고 있다. 인근의 주민들이 학교의 건립을 지지하고 있어 불과 4년 전 서울에서 일어났던 안타까움과 분노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학교에서 받는 교육을 기본 권리로 규정한다면 그 권리를 규정하는 주체는 누구이며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김학철 팀장(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김학철 팀장(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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