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사람은 평생 동안 일상의 난관‧세상의 편견을 이겨내며 살아가야 한다. 발전해 가는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흐름에 동참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사회적 약자라 정의하고 제도적 지원과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다. 사회의 흐름이 온정적으로 변화하고 인권 문제가 강하게 부각되는 요즘은 강자와 약자처럼 명백하게 구분되는 상황에서의 차별이 다소 해소된 것 같다. 지금은 그 누구도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차별과 혐오를 쏟아내지 않는다. 의도가 있다면 우회적인 방법으로 배제하거나 직접 마주하지 않는 형태가 될것이다.

어쩌면 세상이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생각했다. 세상은 통합을 지향하고 보편적인 삶의 질은 올라갈 것이며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우리들의 삶을 편리하게 이끌어주는 그러한 세상 말이다.

하지만 차별과 혐오는 사회 안에서 도저히 사라질 수 없는 절대량처럼 남아 있고 그 대상이 달라졌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세대 갈등을 지나 지금은 성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극명하게 갈렸던 지지 정당의 표 차이,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은 사회적으로 신뢰를 저해하고 나아가 서로를 혐오하게 만드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사례로 접하거나 비일상적으로 일어나지만 서로를 향한 갈등은 정도를 모르고 커져 어느새 일상에서 ‘실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토록 첨예하게 갈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현 시대의 어른들은 왜 지켜만 보고 있을까. 완벽한 중립은 없고 싸움의 중재가 어느 한쪽의 지지 입장으로 해석되는 것이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누구라도 멈추라고 얘기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1990년 종교계에서는 ‘내탓이오’운동이 있었다. 이 운동을 시작한 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는 ‘내 탓이오’라는 말이 소극적인 말이 아니라고 했다. 상대방의 잘못을 고칠 수 있도록 지적하고 비판하지 않는 것, 그것까지도 ‘내 탓’이라 말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차별과 혐오에 대해 우리 사회 자체가 방관자가 되지 않고 손을 뻗어야한다.

요즘 같은 때엔 자신을 바보라고 칭한 고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말씀이 많이 떠오른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김학철 팀장(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김학철 팀장(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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