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산남동은 자타가 공인하는 생태마을공동체로 알려져 있다. 2003년 ‘산남3지구’라는 이름으로 법원과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신도시가 형성될 것이라고 했을 때 산남동은 신규 투자처로만 알려져 있었다. 원흥이방죽의 두꺼비를 지키자는 운동이 시작되었고 길고 긴 ‘싸움’ 끝에 상생협약을 통해 두꺼비생태공원을 조성하여 원흥이방죽과 두꺼비서식지를 보존 하는 ‘뉴타운’으로 만들어졌다. 산남동이 생태마을공 동체로 알려진 것은 그 후 마을이 형성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더욱 유명해졌다. (사)두꺼비친구들을 중심으로 두꺼비마을신문을 만들고 아파트주민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마을의 형성기부터 생태공원을 중심에 놓고 의논하였다. 그리고 산남오너즈를 비롯하여 로컬푸드 두꺼비살림, 도시숲구룡산클린마운틴, 작은도서관과 작은도서관협의회, 산남행복교육공동체 등의 단체들이 만들어지고 이들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생태 마을의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 오늘날 산남동의 명성에는 이렇게 여러 마을 구성원들의 참여와 협조 속에서 마을공동체의 뼈대를 갖추어 왔던 것이다.

2019년부터 본격화된 구룡산 도시공원지키기운동을 통해 산남동 생태마을의 새로운 차원이 전개되었다. 즉 주민자치의 기본이 될 수 있는 ‘마을공유공간’을 형성하고 현대판 아고라광장이라 할 수 있는 마을 활동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2019년 11월부터 ‘산남동 두꺼비마을공동체 협의회’를 준비하기 위해 마을공유공간에 참여하는 20여 개의 단체가 참여하여 매월 협의회 구성을 위한 마을회의를 매월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마을회의는 오랜 준비과정을 거쳐 산남동 ‘두꺼비마을공동체’라는 이름의 주민평의회를 탄생시킬 것이다. 이러한 준비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을공동체의 정관을 통해 우리마을의 규약을 만드는 것이다. 정관의 틀을 만들어 가기 위해 몇몇 대표자들과 초안마련을 위한 고민을 하다가 몇가지 중요한 지점에서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막히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마을이 추구하는 생태마을의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그림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생태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는데 여기에는 생태론적 지향을 담은 여러 담론들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산남동 생태마을’이라는 이 이름에 주민들과 마을활동가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지향을 담아 하나의 그림을 그려내는 것 또한 생태운동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담론의 키워드는 #지역(로컬) #공동체 # 참여 #자연과의 공생 #생명 #지속가능성 #주민의 적극적 참여와 평등한 지위 #생태민주주의 #주민자치 #약자의 보호 #위기 등이다.

산남동은 생태담론으로 생태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주민공동체를 만들어가려 한다. 마을공동체에 생태라는 단어가 붙게 되면 평범한 의미의 보편적 마을공동체에 정치성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정치성은 문화와 사회적 가치를 담보하며 평화적인 활동을 통해 만들어 가는 활력과 에너지를 형성한다. 담론으로서의 정치성은 기후위기를 비롯하여 구조적 모순을 통해 와해된 삶의 생태적 조건을 새롭게 형성하며 동시에 와해시키는 현재의 구조에 대응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혹자는 산남동 공동체에 현실정치적 색안경을 통해 보기도 한다. 산남동 생태공동체의 정치성은 한국사회에서 실현된 적이 없는 모험적이고 이상적인 정치성이다. 이러한 담론적 정치성에는 윤리적 확신과 동시에 타자에 대한 포용적이며 화해적 평화담론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러한 평화적 담론은 타자에게 열려있는 개방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개방성은 산남동이라는 지리적 공간에 묶여 있지 않고 타자와 호환될 수 있는 보편성을 담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담론적 토론이 앞으로 계속해서 진행 되기를 기대한다.

오동균 신부
오동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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