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문학의 대표작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 1313~1375)의 <데카메론>(1353)은 흑사병(페스트) 시대를 배경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이 책은 데카메론이라는 책이름(데카+헤메라이=10일)이 뜻하는 것처럼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대에 피렌체를 떠나 시골로 가서 10일동안 일종의 격리생활을 하던 일곱명의 남녀가 돌아가면서 매일 한가지씩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우리시대에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 고통은 비극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전염병의 시대에 나타나는 갖가지 인간의 욕망과 해결책들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소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흔히들 코로나 이전과 같은 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이 잃어버린 코로나 이전을 동경하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코로나가 만들어낼 진보의 결과로 그렇게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산남동 지역의 여러 가지 활동들이 제한되고 무산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제약을 장애물이 아닌 새로운 창조의 지렛대로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 두꺼비친구들의 경우 작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 에서 유튜브라이브방송으로 하는 비전선포식을 잘 치러냈다. 그 외에도 갖가지 새로운 이야기들이 있을 것 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모으고 하나로 편집한다면 우리는 '데카메론'과 같은 시대적 명작을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코로나19의 지적 방역과 인문학적 상상력에 의한 지성적 면역
필자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삶의 양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집단지성의 힘을 믿고 코로나의 비대면과 격리를 요구하는 거리두기 방역시대를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극복해 나가자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어떤 곳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혼자서 고립적으로 살아가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지성의 힘을 믿는다면 코로나 방역의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의 상상력과 해석의 능력이 발현될 수 있는 신뢰 관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신뢰 관계에 바탕을 둔 지성의 연결은 새로운 상상력을 낳고 해석의 힘을 만들어 낼것이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문화적 창조의 밑바탕이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에 바탕을 둔 이야기 나누기의 공간이 인터넷과 같은 비대면 사이버공간에서 만들어진다면 좋을 것이다. ‘랜선 북클럽’같은 방식으로 우리 마을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다면, 독서도 하나의 지성적 연결을 통한 지적 방역의 토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독서를 하되 서로 나누고 이야기하고 종합하는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필요해진다.

나는 올해들어 <노자 도덕경>을 새롭게 공부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그냥 나만의 공부가 아니라 함께 하는 공간이 있다면 거기서 더 많은 해석이 나오고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면 코로나 이후의 삶의 대안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덕경 23장에 “잃은 자와 어울리면 잃은자 또한 거기서 진리를 얻어 즐거워 하니 신뢰가 부족하면 믿음이 없다.(同於失者는 失亦樂之니 信不足이면 有不信이라)”는 마지막 구절이 있다. 결국 신뢰와 공감의 연결이 가장 훌륭한 방역이며 새로운 창조의 힘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지성과 공감의 연대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나는 이것을 지성적 방역, 공감적 연대라는 화두로 이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산남동 두꺼비마을공동체는 이러한 지성적 방역과 공감적 연대를 통해 코로나를 극복하고 코로나 이후 시대를 창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오동균 신부
오동균 신부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