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달퐁맘의 육아일기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이 하게 되었어요. 난생 처음 겪는 온라인 개학, 적응하느라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에요. 이 글을 읽는 짱구, 짱아 부모님들은 어떠신가요?
요즘 저희 집 짱아의 일상을 보면, 먹고 자고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 앞에 앉아있는 거랍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다가 오지만 아이들의 일상은 여전히 겨울방학 패턴에 머물러 있어요. 그런데도 짱아의 입맛은 계절에 맞춰 아주 잘 살아있 네요. 잘 먹는 짱아를 위해 오늘도 물과 불 앞에 서서 <삼시 세끼> 코로나 19편을 열심히 찍고 있어요. 잘 먹고 토실토실 살찌는 짱아를 보면 정말 행복해요. 마음은 아이들 잘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고 기쁜데, 하루 종일 주방에 서있는 제몸은 너무 힘이 드네요. 눈에 띄게 팍팍 줄어드는 쌀자루와 냉장고 안을 보면서 무상급식의 혜택을 누리던 지난 일상들이 정말 그립고, 그 감사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저는 다른 무엇보다 밥 한 끼에 유난히 약합니다. 누군가 제게 따뜻한 밥을 지어주면,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어린 시절, 여인숙 쪽방에 살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여인숙 대문을 열자마자 왼편과 정면으로 작은 쪽방 문이 낮은 처마 밑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고, 수돗가와 작은 정원을 가운데 두고 안쪽으로는 주인집이, 저희 방은 대문에서 직선으로 연결된 쪽방이 끝나는 마당 안 담벼락 쪽에 추가로 지어진 작은 쪽방이었어요. 방문을 열면 주인집이 아닌 대문이 보인다는 것과 쪽방촌은 옆방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소음에 노출되어 있는데, 양쪽으로 서로 맞대고 있는 방이 없어 그중 가장 조용한 방.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남향이 아니라는 점과 마당 한쪽 자투리땅에 추가로 지어져 다른 방보다 작은 탓에 월세도 쌌던 아주 좋은 방이었대요. 수돗가와 작은 정원을 가운데 두고 안쪽으로 보이는 주인집의 근사한 유리 미닫이문과 그와 대비되는 작은 창문이 달린 분홍빛이 살짝 도는 살구색 쪽방 문이 기억납니다. 매일 돈을 벌러 나가는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동생과 방 안에서 하루 종일 놀던 그 시절, 엄마가 차려놓은 밥상은 순식간에 동이 나고 종일 배가 고팠어요. 여인숙에 사는 아이들에게 혹여 나쁜 일이라도 생길까 문 밖에서 자물쇠를 잠그고 나간 부모님을 기다리는 그 긴 시간, 밖에서 들어오는 온갖 맛있는 냄새가 아직도 느껴집니다. 창문 밖으로 석양이 비추기 시작할 때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곧 있으면 엄마가 자물쇠 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엄마가 와서 문을 열고 방안에 있던 요강을 비우고, 석유곤로를 꺼내 밥을 짓기 시작하면 그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열린 방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밥 냄새, 심지어 불 끌 때나는 석유냄새까지……. 그처럼 행복한 냄새는 그 이후 맡아보질 못 했답니다. 사실 그 이후 아파트에 살기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 훨씬 더 좋은 밥을 지어 먹었을 텐데, 쪽방 시절 맡았던 그 밥 냄새보다 더 맛있고 훌륭한 냄새는 맡아본 적이 없어요.
코로나19로 힘든 이 시기를 겪고 있는 짱아에게도 엄마가 짓는 밥 냄새가 그런 행복과 위안으로 느껴지는 게 아닐까 요? 학교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맘껏 뛰어 놀고, 재잘재잘 수다 떨던 짱아의 행복하고 평범했던 일상은 코로나19라는 빗장으로 꼭꼭 잠겨 있어요. 하루 종일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빠져있는 짱아에게서 어린 시절 제가 느꼈던 기다림의 시간이 느껴집니다. 저는 매일 석양을 기다리면 엄마가 돌아와 맛있는 밥을 지어주는 행복을 느낄수 있었지만, 지금 우리 짱아는 기다림의 끝이 보이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게임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게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만큼 행복할까요? 짱아에게 물었더니 친구들 만나서 노는 게 게임보다 훨씬 좋다고 말하네요. 가상세계에 빠져있는 우리 짱아도 지금 최선의 방법으로 버티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라도 잘 버텨 주는 짱아에게 엄마가 지어주는 밥 냄새를 맡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기다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짱아를 키우며 오늘도 하나씩 배워가는 달퐁맘의 이야기는 다음호에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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