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사망해서 유족연금을 받던 사람이 재혼을 할 경우 연금 수급권을 잃도록 하는 ‘구 공무원연금법 제59조(현 공무원연 금법 57조)’에 대해 법원이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헌법재판 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공무원연금 뿐 아니라 국민연금 , 군인연금 등도 재혼한 배우자에 대해 유족연금 수령을 막고 있어 이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우리나라 연금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족연금이란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 배우자나 만 25세 미만 자녀 등에게 지급하는 연금으로, 유족의 생활 안정 도모가 목적이다. 사망자의 가입기간에 따라 기본연금 액의 일부에 가족수당 성격의 부양가족 연금액이 합해져 매월 지급된다. 유족연금은 사망 당시 그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 중 배우자, 25세 미만 또는 장애 2급 이상인 자녀, 60세 이상 또는 장애 2급 이상인 부모 또는 배우자의 부모, 19세 미만 또는 장애 2급 이상인 손자녀, 60세 이상 또는 장애 2 급 이상인 조부모 또는 배우자의 조부모의 순으로 최우선 순위자에게 지급된다.
  유족연금은 기존 수급권자의 사망으로 인해 ‘유족’으로서의 권리가 발생한 사람과, 기존 수급권자의 사망으로 생활이 곤궁해진 유족의 생활 안정을 위해 지급되는 것이므로 그러한 권리가 사라 지면 못 받게 된다. 구체적으로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 배우자인 수급권자가 재혼한 때, 장애 2급 이상이 아닌 자녀가 25세, 손자녀가 19세가 되었을 때, 자녀 또는 손자녀인 수급자가 다른 사람에게 입양되거나 원래 양자였다가 파양된 때, 유족연금을 받던 사람이 장애 2급 이상에 해당하지 않게 된 때에 유족연금 수급권이 소멸된다.
  그런데 이번에 법원이 ‘배우자인 수급권자가 재혼한 때’ 유족연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재판을 하는 도중 근거가 되는 법률 조항에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그 위헌 여부를 가려줄 것을 헌법재판소에 요청할 수 있는데, 이것을 ‘위헌법률 심판제청’이라 부른다. 이번에 서울고등법원이 관련 재판을 하다가 공무원연금법의 해당 조항에 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것이다.
  구체적인 사건의 배경에 관하여 살펴보면, A씨는 1992년 군무원이었던 남편이 순직한 뒤 유족연금을 받으며 생활했는데, 2017 년 12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연금수급권이 상실되었다며 그동안 지급된 유족연금 3,800만원을 환수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구 공무원연금법 제59조 제1항 2호는 ‘재혼한 때(사실혼 포함) 퇴직유족연금의 수급 권리를 상실한다’고 되어 있는데, A 씨가 다른 남성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것이다. A씨는 공단을 상대로 유족연금 환수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가 1심에서 패소했고, 여기에 항소하면서 2심 재판부에 ‘(해당 조항은) 재혼한 유족의 재산권과 혼인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재혼한 때(사실혼 포함) 퇴직유족연금의 수급 권리를 상실한다’고 되어 있는 구 공무원연금법 제59조 제1항 2호가 연금 수급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족연금 중 공무원이 낸기여금은 상당 부분 배우자와의 공동협업으로 납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해당 조항은) 배우자가 연금 형성에 기여한 정도와 관계없이 배우자가 재혼하면 연금 수급권을 영구적으로 박탈해 배우자의 기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배우자의 유족연금 수급권은 사망한 공무원과의 관계에 종속된 권한이 아닌, 배우자 고유의 재산권 성격도 가지는데, 혼인의 자유를 행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수급권을 영원히 박탈하는 것이 법익의 균형성을 갖춘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고 했다.
  또한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결혼을 통해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 적으로 종속되었던 과거 상황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하면서, 현시대의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남성 배우자가 숨지고 유족인 여성 배우자가 재혼하면 숨진 배우자와 관련한 재산권이 소멸되고, 그 여성에 대한 부양의무도 새로운 배우자에게 이전된다는 봉건적 인식이 전제된 것’이라고도 밝혔다. 한편 공무원연금법은 공무원과 이혼한 배우자가 받는 ‘분할연금’은 재혼을 할 경우에도 그 수급권이 박탈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조항은 이 부분과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유족연금이나 분할연금을 받는 배우자가 새로운 혼인을 한다고 해서 재산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헌법 제36조 제1항의 혼인과 가족 생활을 보장하고, 이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판단할 때까지 A씨의 재판은 중단된다. 앞서 본 것처럼 해당 조항이 재혼한 배우자의 혼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고, 분할연금 제도와의 형평성 면에서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A씨, 그리고 위헌 결정 시점에 같은 사유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회 질서의 혼란을 방지하고, 연금관리공단의 재정 등 문제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위헌 결정의 효력이 과거로 소급 적용되지는 않도록 하고, 헌법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정 시한을 두는 방법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헌법재판소는 당해 조항에 대해서만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위헌 결정이 나온다고 해서 국민연금법이나 군인연금법이 직접 어떤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법들에 대해서도 누군가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다든가 위헌소원을 하는 경우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단이 동일하게 나올 것이므로, 비슷한 시기에 연금법들이 같은 방향으로 개정될 것이다. 지금 이 사건과 별개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등이 지난해 8월 재혼한 배우자도 유족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기도 하다. 혼인의 자유와 재산 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현행 유족연금 소멸에 관한 규정이 보다 합리적이고 평등한 방향으로 조속히 개정되기를 기대해본다.

▲ 박아롱 변호사(변호사 박아롱 법률사무소)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