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꽃이 피는 4월을 잔인하다고 말한다. 4월이면 한 번 쯤 들어봤을 T.S 엘리엇의시 황무지의 구절이다. 가정경제에 있어 4월부터 시작해서 5월까지가 가장 잔인한 달이 아닌가 싶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4월이 시작되면서 여러 행사나 축제가 시작된다. 가족단위의 모임이나 행사가 많아지면 당연하게 소비가 늘어난다. 만약 모든 소비를 카드로 소비 했다면 다음 달 월급 통장은 입금과 동시에 카드회사에서 가져갈 것이다.

상담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나름 아껴 쓰고, 낭비하지 않는데 돈은 쪼들린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작 원인은 다른 사람을 지적한다. 아내는 남편의 취미생활로 나가는 비용이나 혹은 시댁부모님에게 드리는 용돈이 커 보이고, 남편은 아내가 아이들을 위해 쓰는 과도한 사교육비가 눈에 들어온다. 서로 상대방 탓만 하느라 부부간 갈등도 깊어진다. 알뜰하게 살아보겠다고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로 이동하고, 충동구매도 하지 않고, 스마트폰 요금도 3만원 이상 넘기려 하지 않고 도대체 뭘 잘못하길래 우리집은 늘 적자일까? 라는 고민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소비를 하고 있다.

소득에 상관없이 가정마다 고정으로 지출되는 비용들이 있다. 이 돈은 직접 내 손으로 지출하는 것보다는 대부분이 만져보지도 못하고 통장에서 이체되는 비용들이다. 즉 고정 지출이다. 고정 지출은 지출 과정이 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썼다고 인지하지 않는다.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 지출과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하는 4월과 5월이 만나면 가정경제에 있어 잔인한 달일 것이다.

 고정지출 줄이는게 답이다.

 소비로 인한 문제를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해결될까?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은 집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소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소비수준은 높아지고, 평수 넓은 아파트와 사교육비, 품위유지비 같은 비용이 늘어나서 결국 고정 지출이 많아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정 지출을 구조 조정해야 한다. 고정 지출에 손을 대는 것은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상담 중에 고정지출 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교육비를 줄이자고 하면 옆집 아이는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아이가 이것도 하지 않으면 아이가 사회에서 뒤쳐질까 두렵다고 한다. 자녀들이 독립해도 넓은 평수에 살 수 밖에 없다. 작은 평수로 이사해서 재무 상태를 개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해 평수를 줄 일 수 없다고 한다.

보험료를 줄이려면 일부는 해지를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납입한 금액이 아까워하며 과감하게 결정을 하지 못한다.

소득이 커질수록 고정 지출이 증가하는 것은 개인적인 과소비 성향이 아니라 사회문제로 봐야 하는 것들이 많다. 지금보다 많은 연봉을 받으면 모자람 없이 쓰고 저축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소득이 늘어나도 많이 써야 하는 구조가 돼버렸다.

사교육비, 주거비, 보험료, 차 유지비 등 다 포기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결국 편리함과 욕망에 이끌려 살 것이냐 불편함을 감수하고 실속을 챙길 것이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막연히 쓰는 것도 없는데 돈에 쪼들린다는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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