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5일부터 8일까지 연휴를 가졌다. 쉬게 해 줄테니 나가서 지갑도 열고, 돈 좀 쓰라고 만들었을 것이다. 자신이 한 달에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니 아무리 긴 연휴가 주어진다고 해도 우리가 얼마를 썼는지 확인하는 순간은 다음달 카드명세서가 집으로 날라와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임시공휴일이 아니더라도 월급날마다 카드값이 빠져나가 텅 빈 통장을 보며 도대체 내 월급이 왜 사라졌을까 하고 한탄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기록하는 것이다. 돈을 쓰는 것도 기록하고 평가하지 않으면 내가 얼마를 벌고 있으며,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그 흐름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상담사례 중 맞벌이를 하는 부부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생활을 한다. 돈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부부는 막연한 생각으로 맞벌이로 인한 소득이 높다고 생각해서 인지 적금을 매월 100만원씩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상담을 하기 시작하면서 한 달을 쓰는 돈을 기록하기로 하였다. 이 부부의 가정은 지출이 소득보다 큰 마이너스 가정이었으며 현재 상황에서는 저축 여력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 달에 100만원씩 적금을 할 수 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마이너스 통장이다. 결국 이 부부는 적금이자 보다 더 높은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빼내어 이자를 물어가면서 적금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만약 이 부부가 기록을 통해 정확한 지출 규모와 소득을 알았더라면 아마도 위와 같은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보면 가계부를 쓰지 않으며 소비에 대해 경계하지 않다가 막상 지출 내역을 따져보고는 돈을 많이 쓰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례가 많다. 단순히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을 수립하고 거기에 맞춰 소비하는 시스템, 즉 계획된 소비를 실천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가계부로 지출을 통제하고 소비를 줄인다고 해서 예전보다 삶이 불편하거나 구질구질해 지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불필요하게 새는 돈을 막고 돈을 합리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돈을 더 적게 써도 행복해지는 것이 돈의 흐름을 기록하는 힘일 것이다.
 
유혹을 이기는 힘
 
예산을 세우고 거기에 따라 소비를 하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주위를 둘러싼 소비의 유혹을 생각하면 막상 실천하기 어렵다. 작년에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있었고, 올해도 마찬가지로 두 기념일은 돌아왔다. 임시 공휴일이 하루 더 늘어나서 소비가 더 늘었다면 우리는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이 된 것이다. 이번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연 지출 단위의 자금을 작년부터 모으고 있었다면 당신은 이미 재무적인 요소에선 훌륭한 사람이다.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서 강제적으로 실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방법이 바로 통장 쪼개기이다. 먼저 생활비, 각종 이체, 연 단위 지출용, 용돈, 기타 지출용으로 각각 통장을 만들고, 매월 항목별 예산만큼 입금한 후 필요할 때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되는데 이것이 바로 계획 소비시스템일 것이다.
 
내년에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돌아온다.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올해보다는 스트레스 없이 즐거운 기념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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