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스노클링 Time

새벽 7시. 서둘러본다. 눈을 비비며 스노클링 장비를 주섬주섬 챙겨서 전날 저녁을 먹었던 건비치로 향해본다. 건비치는 닛코호텔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해변에서 투몬만과 이파오 곶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바닷물도 깨끗하고 컬러풀한 산호와 열대어를 많이 볼 수 있어서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의 명소로 사랑받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은 바위 곳곳에 커다랗게 뚤린 구멍들이 많다. 눈으로 보고 있자니 무서우면서도 스릴이 넘치는 곳이다. 매일매일 두 번씩 하던 스노클링.. 마지막 날도 하지 않으면 아쉬울 것 같아서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었던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눈과 즐거움이 호강을 한다. 출국 비행기 시간은 오후 3시라서 아직 여유가 있다. 겁 없는 아들의 뒤를 쫓아가며 같이 보고, 즐겨본다. 바닷속에 발만 담구면 각양각색의 물고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참으로 커다란 아쿠아리움이다. 물속에서 서로 몸짓과 손짓으로 대화를 해가며 짧은 스노클링을 마치고 다시 호텔로 향했다. 아들은 한국에서 가져온 바다백과사전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전날 싸놓은 짐 덕분에 씻고, 옷을 입고 조식을 간단히 먹은 후 체크아웃을 했다.

 
채플 웨딩
 
 
 











괌에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특별한 한 가지가 있다. 눈부신 태양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로멘틱 결혼식.. 채플웨딩이다. 나도 그랬듯이, 결혼은 사랑하는 남녀가 인생의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약속을 하는 것인 만큼 누구보다 특별한 예식을 원한다. 괌에는 호텔 채플을 중심으로 총 14곳에 채플웨딩이 있으며 그 인기가 날로 높아진다고 한다. 우리가 묵었던 힐튼 내에도 채플 웨딩이 있다. 힐튼 호텔 언덕에 위치한 넓은 채플. 파이프오르간의 선율에 맞춰 13m에 이르는 투명한 버진로드를 걸어 들어가면 바다가 보이는 단상에서 사랑의 서약을 하며 감동스런 예식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스몰 웨딩이 유행이니만큼 이런 곳에서의 연예인의 웨딩 소식을 가끔 접하게 된다. 시끌벅적한 우리나라 예식문화보다는 부모님들만 모시고, 간단하게 주례없이 서약식의 형태로, 서로 반지 나눠끼는 소박한 웨딩을 꿈꿔본다. 물론, 바다와 하늘이 한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곳에서 말이다.
 
슬픈 사랑의 전설이 담긴 괌의 대표적인 명소 - Two Lovers Point.
 
이제 마지막 장소인 사랑의 절벽으로 향했다. 이곳엔 슬픈 이야기가 있다. 어느 차모로 연인의 전설이다. 스페인이 괌을 통치하던 시절,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차모로 연인이 있었다. 그러나 이 여인에게 마음을 두고 있던 스페인 장교는 자신과의 결혼을 강요했고, 여자의 부모도 딸을 강제로 결혼시키려 했다. 위기에 처한 두 사람은 몰래 도망을 가다가 이 절벽까지 쫓기게 되었고, 결국 서로의 머리를 한데 묶어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2개 층으로 이루어진 전망대에서 드넓은 바다와 숲이 우거진 언덕이 한눈에 들어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가 있으며 괌의 대표적인 에메랄드 빛의 바다를 한눈에 담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망대 울타리에는 남산타워를 보는 듯, 사랑의 맹세가 적힌 수많은 열쇠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사랑의 종도 있다. 사랑, 연애란 단어에 아직도 설레임을 느끼는 나는, 이런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더욱더 설레이고 흥분이 된다.
 
 
‘남자가 사랑할 때’라는 신세경과 송승헌이 나왔던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TV에서만 보다가 직접 와서보니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장소에 한국교민의 음료수 호객행위는 조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이곳은 저녁 무렵에는 주변을 물들이는 황금빛 석양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하는데, 그 장면을 내 가슴과 눈에 담지 못하고 가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비행기 시간은 가까워져가고 뜨거운 괌의 태양과 그리고 에메랄드 빛 바다와도 작별의 시간이다. 여행은 언제나, 늘 아쉽지만 또다시 다음을 기약해본다. 태양은 뜨거웠고, 우리도 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고 살자 약속해본다.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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