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수업을 준비한 오늘,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나 혼자가 아닌 둘이다. 수업 시간에 특강을 하게 된 중현이와 함께 교실로 들어선다. 중현이는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다. 졸업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는데 틈날 때마다 학교에 들리는 중현이는 졸업생이 아니라 그저 동네 큰오빠 같다.

며칠 전 고등학교가 일찍 끝났다며 어김없이 학교에 들른 중현이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특강을 부탁했다. 중현이는 흔쾌히 제안을 수락한다. 내 제안에 마음을 내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진학 준비에 바쁠 텐데 할 수 있을까? 부모님은 어찌 생각하실까? 걱정이 앞섰다.

학교를 다시 찾은 중현이는 밝고 가벼운 모습이다. ‘선생님, 지난 번 말씀하신 특강 언제 할까요?’ 먼저 말해주는 중현이가 반갑고 든든하다.

중간고사를 본 다음날, 중현이는 모처럼의 휴업일에 늦잠을 자는 대신 후배들의 등교시간에 맞추어 학교에 왔다. 궁금하고 기대되는 한편 고등학생의 특강을 처음으로 시도하는 불안과 염려도 있다. 어떤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줄까? 아이들은 듣고 어떨까? 함께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설레면서도 긴장된다.

강의를 시작하는 중현이의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나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목소리가 커지고 아이들을 둘러보는 중현이의 시선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 자기 소개부터 준비한 이야기를 하나 하나 펼쳐 보인다. 중학교 1학년 때 일진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가 왕따를 당했던 경험, 심리 검사에서 우울감 지수가 전교에서 가장 높게 나왔던 일... 한 때 학교 생활을 힘겨워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중현이에게 듣는 생생한 이야기에 가슴이 아려온다. 우연히 선생님의 권유로 방송반에 들어가게 되고 혼자 뛰다시피 했던 방송반 활동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청주 청소년 인터넷 방송국을 만드는 중이라고 한다. 기특하고 대견하고 뭉클하다.

“여러분들이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기회는 준비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준비를 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거든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중학교 생활을 경험하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하는 중현이의 이야기는 삶의 길이와 무관하게 반짝반짝 빛난다.

중현이는 프렛지로 근사한 프리젠테이션까지 준비하고 아이들의 돌발 질문에 유쾌하게 답변한다. 14살은 18살에게 궁금한 것도 많다. 아이들이 참 진지하게 듣는다. 매 수업시간마다 졸음을 참기 힘들다던 녀석도 눈이 말똥말똥하다. 진로를 생각하면 막막했는데 희망을 발견했다 하고, 힘든 일을 극복하는 긍정적 태도에 감동받았다고 한다. 많은 경험을 해보라는 말이 도움이 되었다며 고맙다고 한다. 18살이 14살에게 주는 배움은 팔딱팔딱 살아있다.

모든 것을 이루고 경험한 사람만이 누군가의 멘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시도하며 자신의 인생을 일구어 나가는 사람 모두가 우리에게 멘토다.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중현이는 멋진 멘토이자 스승이다.

18살이 14살에게 배움을 주는 것처럼 어떤 아이라도 다른 아이들에게 배움을 주는 교실, 더불어 함께 하며 서로에게 배우는 교실. 이것이 내가 꿈꾸는 공감교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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