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반 교실의 주인공은 아이들이 아니다.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는 어머님들이 교실로 오신다. 어떤 분들이실까 궁금하고 설렘과 함께 조금 긴장된다. 교실에 들어서는 어머님들이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눈치다. 아이 자리가 궁금하신 모양이다. 자리에 앉아 아이 책상을 쓰다듬어 보시기도 하고 붙여 놓은 급식 식단표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처음 보는 사이라 그런지 어머님들은 서로 낯설고 어색해 보인다. 나도 반가운 마음 한편으로 어색하고 조심스럽기도 하다.

초임 교사 시절이 떠오른다. 부모님들께 걱정 끼치는 전화 안하고 지내는 것이 일 년 학급 농사 잘 짓는 것이라 여겼던 적이 있다. 지금의 나는 부모님들과 통화하고 아이들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반이 아이들, 나, 부모님의 공동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마음으로 어머님들은 담임과의 만남이 기대되실 것 같다. 처음 중학교에 입학하여 아이가 잘 적응하는지, 학교생활은 재미있어 하는지 궁금하실 테니 말이다. 어머님들과 아이들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함께 웃기도 하고 걱정과 염려의 마음도 나눈다.

며칠 전부터 어머님들과 함께 보면 좋겠다 싶어 동영상을 하나 준비해 두었다. 그런데 그날 아침 우연히 보게 된 동영상에 마음이 뭉클해서 바꾸어 보여드렸다. 기어오던 아이가 장애물을 만났을 때, 엄마가 무표정하면 시도를 포기하고 되돌아가는데 엄마가 환하게 웃으면 앞으로 성큼성큼 기어오는 내용이다. 엄마의 환한 웃음만으로도 아이들은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얻는다.

우리 반에서 아이들 간에 갈등이나 문제가 나타나면 걱정되는 마음이 크다. 동영상을 보며 내가 더 많이 웃으며 격려하고 아이들이 갈등 속에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싶다. 아이들에 대한 염려만이 아닌 믿음과 지지를 보내주고 싶은 마음을 어머님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어머님들이 참 진지하게 동영상을 보신다. 마음이 이어지는 듯하다.

어머님들이 바쁜 생활 속에서 왜 학부모 회의에 오시겠는가? 아이들 생활하는 모습이 궁금하고 담임선생님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할 것 같다. 담임이 어떤 사람인지 왜 궁금하겠는가? 아이의 학교생활에 크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니 궁금하실 것이다.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어머님들의 그 마음을 아이들에게 전하면 좋겠다 싶어 아이에게 쓸 쪽지 편지지를 준비했다. 어머님들은 열심히 편지를 쓰신다. 한분은 다 썼다가 아까 본 동영상과 다르게 또 아이에게 잔소리만 한 거 같다며 다시 쓰신다. 아이를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깊고 소중하다. 편지쓰기를 마무리할 즈음에는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더 편안하다.

어머님 한 분이 ‘백일기도를 해야 만나는 담임선생님’이라고 들었다며 ‘역시 다르시네요.’ 하고 말씀하신다. 몸 둘 바를 모르게 쑥스럽지만 감사하고 기쁘다. 나에 대한 신뢰의 마음을 전해주시는 듯하다. 자리를 마치고 나서 몇 분은 좀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교에 와보니 안심되어 좋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신다. 내 마음도 뭉클하다. 다음날 쪽지 편지는 대박이었다. 처음 받는 엄마의 쪽지 편지에 아이들 얼굴은 함박꽃이다.

추주연(수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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