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호 빌릴가 범호 위세위

 
여우가 호랑이의 위엄을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으로, 남의 세력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지금 우리는 호랑이의 우매함을 비꼬는 말로 이해를 하고 있지만 유래를 보고 있으면 호랑이의 강인함을 추켜세우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전국시대인 기원전 4세기 초엽, 초(楚))나라 선왕(宣王)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선왕은 위(魏)나라에서 사신이 왔다가 그의 신하가 된 강을(江乙)에게 물었다.

“위나라를 비롯한 북방 제국이 우리 재상 소해휼(昭奚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데 그게 사실이오?”
“그렇지 않사옵니다. 북방 제국이 어찌 일개 재상에 불과한 소해휼 따위를 두려워하겠나이까. 전하, 혹 ‘狐假虎威’란 말을 알고 계십니까?”
“모르오.”
“하오면 들어 보시 오소서. 어느 날 호랑이한테 잡아먹히게 된 여우가 이렇게 말했나이다. ‘네가 나를 잡아먹으면 너는 나를 모든 짐승의 우두머리로 정하신 천제(天帝)의 명을 어기는 것이 되어 천벌을 받게 된다. 만약 내 말을 못 믿겠다면 당장 내 뒤를 따라와 보라구. 나를 보고 달아나지 않는 짐승은 단 한 마리도 없을 테니까.’ 그래서 호랑이는 여우를 따라가 보았더니 과연 여우의 말대로 만나는 짐승마다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달아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짐승들을 달아나게 한 것은 여우 뒤에 있는 호랑이였는데도 호랑이 자신은 그걸 전혀 깨닫지 못했다고 하옵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 이옵니다. 지금 북방 제국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소해휼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초나라의 군세(軍勢), 즉 전하의 강병(强兵)이옵니다.”

 
이처럼 강을이 소해휼을 폄하는 이유는 아부로 선왕의 *영신이 된 강을에게 있어 왕족이자 명재상인 소해휼은 눈엣가시였기 때문이였습니다.

김선욱(버블트리 산남점 대표)

 *영신: 간사하고 아첨하는 신하

고사성어 그림을 그려 주시는 분은 예손공방 서현정 대표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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