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황실양고기


당신은 양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는가?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직역을 하면 “양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의미로 좋은 물건을 내세워서 나쁜 물건을 팔거나, 겉은 그럴 듯한데 속은 형편없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양고기가 개고기보다 맛있고 좋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한 끼 외식메뉴로도 모험(?)을 걸지 않는 기자와 같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가 먹어본 고기의 전부일 당신에게 굵고 짧게 양고기를 설명해내려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 건진 한마디다.

“양고기?” “아~, 양고기!”

지난 연말, 나는 소속은 되어 있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모임에서 회식자리를 알리는 문자를 받았다. 미안한 마음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는데 엄마들 모임인지라 작은아이와 함께 저녁이라도 해결 할 수 있겠다 싶어 마지못해 찾았던 곳이 ‘전통황실 양고기집’이다.

늘 상 다니는 산남동 푸르지오에서 산남고등학교로 가는 블록위에 가게가 문을 열 때부터 ‘양고기=?’하고 낮설음으로 인지되어 있었기에 찾기는 쉬웠다.

자리를 잡고 주문되어 나온 잘 손질된 양갈비가 구워지는 것을 지켜보며 양고기에 대한 나의 상식을 더듬어 보았다. ‘양’ 주로 털과 가죽 고기를 얻기 위해 호주를 비롯한 유럽, 몽고지역에서 기르는 순한 동물. 12간지의 한 동물. 에구 상식이 바닥이다. 솔직히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나면 어쩌나 염려는 되지만 어쩌랴 펼쳐진 판이니 한번 먹어 볼 수밖에. 잘 구워진 양고기를 머스터드 소스에 찍어 같이 나온 또띠아(옥수수와 밀가루를 펴서 만든 얇은빵)에 얹고 검은 올리브와 양파 간장절임도 올려 가볍게 쌈을 싸 입에 밀어 넣어 씹었다.오호~ 기대이상이다! 소고기보다 부드러운 양고기 육질이 함께 먹는 재료들과 어우러져 생각지도 않은 산뜻(?)하고 색다른 맛이다. 조심스런 다가감이 건진 내 후한 반응인가 싶었는데 그다지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딸아이도 맛있다며 또띠아에 양고기를 싸달라고 연신 재촉한다. 양갈비에 이어 회식자리의 가벼운 술과 함께 어울릴 양고기 전골과 수육도 먹었다. 전골의 국물 맛은 순하고 속이 든든하였으며 양고기수육 역시 고기가 정말 부드러웠다. 결국 이날 모임 후 총무는 예상치 못한 회원들의 식성에 회비를 또 걷었다. 아마 가볍게 저녁을 해결할 요량이었던 모녀가 눈치 없이 먹기도 많이 먹었기 때문이리라.


청주사람들이 좋아하는 고기는 부드러운 고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자 사창동에서 제법 큰 소고기전문점을 하는 누님께 일을 배우러 서울서 청주로 내려왔다는 전통황실 양고기집 강기수사장. “누님의 사업을 도우며 알게 된 사실인데, 청주사람들은 다른 지역사람들보다 육질이 부드러운 고기를 좋아하더라구요. 마침 남이 안하는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이거다 싶어 부드러운 양고기를 생각하게 되었죠. 그래서 아내가 다시 서울로 5년간 유명한 양고기집을 다니며 그 비법을 전수받았습니다.”라며 ‘전통황실’의 유래도 설명한다. 우리민족이 5세기경 만주벌판을 호령하던 고구려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영토 확장기부터 양고기를 먹기 시작했으며 고려황실에서는 전골방식으로 즐겼다는 사실. 또한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에 따르면 “양고기는 정력과 기운을 돋우며 비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고, 오장을 보호하며 혈압을 다스리는 효능이 있으며 당뇨, 골다공증, 피부미용, 장내해독 살균, 이뇨, 피로회복, 양기부족 등 질병에 대한 면역력 향상에 좋다”고 한다. 보통 양고기하면 노린내라고 하는 특유의 냄새를 떠올리며 거부감을 가지는게 일반적인 정서다. 이에 대해 강기수 사장은 “털을 얻기 위한 양의 고기는 냄새가 납니다. 그러나 저희 가게에서 사용하는 양고기는 호주의 청정지역에서 풀을 먹고 자란 10개월 미만의 램(lamb)으로, 잘 해동해 숙성시키는 비법을 알고 있기에 그 부드러움을 제대로 느끼실수 있습니다.”라며 맛에 자부심을 내비친다.


양고기는 보양식

양고기가 개고기 보다 좋은 보양식이라니 처음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강기수사장은 어르신들을 일부러 모시나 보다. 일찍 부모를 여읜 맘에 새로이 장사를 시작하면서 생각한 바가 있어 한 달에 한번 8개단지 아파트중 한 경로당씩 노인분들을 초대해 전골을 대접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푸르지오 어르신 20분이 넘게 오셔서 식사를 하고 가셨는데 맛있게 드시고 든든히 기운내 가시는 뒷모습을 보면 마음이 기쁘단다. 사실 이 이야기도 주민센터를 통해 알게되어 물어본 끝에 나온 이야기다. “봉사는 저를 위해서 하는 겁니다. 기사에 싣지 마세요.”라며 극구 사양하기에 글 마지막에 몇 줄만 적겠다는 허락을 구해적는다.

어쩌면 누군가는 역시 기자처럼 양고기에대한 선입견으로 망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겪어보지 않으면 장금이의 만한정식도 결코 알 수 없는 법. 혹여 양고기가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몸에 좋은 것은 허준선생도 보증하는 것이니 후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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