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하는 강아지 폰기자, 꿈기자

 취재하는 강아지 폰 기자
 취재하는 강아지 폰 기자

광견병 예방접종

  ‘야호! 산책이다~’
  오후 두 시. 집 밖을 나와 엄마 따라 종종걸음을 걷는다. 
  ‘윗집 봄이? 옆동 까미 냄샌가?’ 온 신경을 후각에 집중한 채 목줄이 이끄는 대로 정신없이 걷는다. 
  산남동 행정복지센터 앞. 행정센터 마당에는 천막이 쳐져있다. 흰 가운을 입은 수의사 아저씨가 보인다. 아~ 안 좋은 예감은 왜 항상 들어맞는 건지...
  수의사 선생님이 목덜미에 주사를 꾹 놓는다. ‘아야~’하는 신음소리를 낼 새도 없이 주의사항이 적힌 쪽지를 들고 돌아 나온다. 먼저 온 꿈 이모가 알려준 1년에 한 번 있는 광견병 무료예방접종이란다. 눈물이 찔끔 났지만 잘생긴 꿈 오빠가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해 줘서 그 길로 다시 산책길에 나선다. 샤스타데이지가 가득 핀 잠두봉 공원길을 올라간다. 꽃냄새 킁킁 맡으며 산길을 오른다. 산길에서 만나는 이웃분들이 인사를 건넨다. “짖지도 않고 착하네~” “아~ 이쁘네!” 칭찬을 들으니 안 그래도 흔들리는 꼬리가 더 정신없이 움직인다. 
  숲 속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잠시 쉰다. 고대하던 간식 타임. 솔바람 솔솔 맞으며, 엄마가 챙겨 온 황태포를 꿈 오빠와 나눠 먹는다.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재롱을 부리는 사이, 할아버지 한 분이 옆 의자에 앉아 말을 걸어온다. 

 왼쪽 폰 기자, 오른쪽 꿈 기자
 잠두봉에서 / 왼쪽 폰 기자, 오른쪽 꿈 기자

동물은 동물일 뿐
할아버지는 요즘 강아지 산책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다며 운을 떼신다. 그리고는 한 오지랖 하시는 이모와 엄마는 할아버지와 대화의 장을 펼친다. 할아버지 지인도 강아지를 키우는데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 보낸 것보다 더 슬퍼하신다며 동물은 동물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꿈 이모가 맞다고 맞장구를 친다. 하지만 키우다가 떠나보내면 가족처럼 생각되니 많이 슬플 것 같다고 덧붙인다. 나도 꿈이 오빠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많이 슬플 것 같다. 갑자기 황태 맛이 밍밍하다. 

요즘 MZ 언니, 오빠들은 결혼을 안 해요?
할아버지는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안 해서 걱정이라고 하신다. 그래서 아이는 줄고 노인인구는 늘어나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하신다.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자기들의 행복만 추구해서인 것 같다고... 엄마는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이유도 있다고 하신다. 할아버지 세대에는 어려워도 가족을 일구고 자식농사짓는 낙으로 살았는데, 요즘 MZ세대의 행복의 개념은 개인의 행복에만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셨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개인의 행복도 중요한 것 같고, 나라의 미래도 중요한 것 같고... 이제 견생 1년 차인 난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모르겠다. 머리를 갸우뚱거리자 꿈 오빠가 스윗하게 말한다. ‘폰아! 사람들은 우리보다 지혜롭고 똑똑하니까 해답을 찾을거야.’

총총총 걸어 내려오는 산책길에 양귀비꽃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꽃향기 가득한 5월, 어느 멋진 날의 오후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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