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와 '하쿠'와 더불어 사는 서충원-이상협 부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가구는 3,129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15%를 차지한다. 여섯 가구당 한 가구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운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왜 반려동물을 키울까? 제각기 이유는 다르지만 한결같이 그 친밀감과 행복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엄연히 가족의 구성원으로 반려동물을 인정하고 사랑을 주고받는다.  

반려동물 수가 증가하는 만큼 어두운 그림자 또한 깊어진다. 한 생명을 나와 함께 하는 가족이기보다는 애완용품으로 취급하고 쓸모가 다하거나 병에 걸리면 버리는 경우가 그것이다. 
국내 유기동물 입양과 실종동물을 찾아주는 플랫폼인 포인핸드에 의하면 전국 유기동물 현황은 작년 6월부터 올해 2월 18일 기준 81,028마리나 된다. 한해 16만 마리 가까이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그 많은 버려진 동물들은 어디로 갈까? 길거리를 헤매다가 차에 치여 죽거나 보호소로 들어와도 자연사하거나 안락사하는 비율이 42%나 된다. 이 중 24%만이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다. 
본지에서는 유기견 두 마리를 키우며 날마다 찾아오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서충원(분평동, 63세), 이상협(분평동, 60세) 부부를 만나 유기견, 길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서충원(좌)-이상협(우) 부부
서충원(좌)-이상협(우) 부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부부는 분평동에서 꽃집과 플라워카페를 운영한다. 꽃집은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청주로 내려와 시작해서 2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꽃과 커피 향기에 파묻혀 지내서일까? 부부의 미소가 꽃처럼 화사하고 커피처럼 우아하다. 
“처음엔 장사를 할 줄도 모르고 생각도 안 했어요. 결혼하고 갑자기 남편이 꽃집을 하겠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어요.” 그렇게 시작한 꽃집이지만 포장이나 꽃의 유행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공부를 놓을 수 없다고 한다. 
바로 옆에 ‘인피오레’라는 카페도 함께 운영한다. ‘인피오레’는 이태리어로 꽃향기 속으로...라는 뜻이다. 2층짜리 카페에 들어서면 꽃과 식물이 가득해 마음이 화사해진다. 꽃집과 함께 운영하기에 예쁜 꽃들이 가득하다. 

부부가 운영하는 꽃집 -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꽃집 -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화원카페 - 인피오레
부부가 운영하는 화원카페 - 인피오레

 

 

 

 

 

 

펫로스 증후군
가게를 운영하며 동물을 키우는 게 쉽진 않을 텐데 어떻게 키우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밍키라는 리트리버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반대했어요. 남편과 아들이 적극적이어서 키우게 됐는데 밖에서 뭘 잘못 먹고 들어왔는지 금방 죽고 말았어요. 마음이 아팠죠. 그 후에 농장에서 생후 한 달 된 리트리버를 데려왔는데 파보장염에 걸려 있었어요. 어릴 때는 그런 걸로 많이 죽는다고 해요. 농장에 전화했더니 바꿔주겠다는 거예요. 바꿔준다는 게 무슨 뜻이겠어요. 안 되겠어서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혈청주사를 맞으면 괜찮아진다기에 병원에 데려갔죠. 그러고 나서 건강해져서 고마웠죠. 우리를 기쁘게 해 줬다고 해서 그 후 이름을 ‘환희’라고 지었어요. 환희는 워낙 튼튼한 애라서 12년 동안 크게 아픈데 없이 잘 지내다가 마지막에 암으로 2주 동안 고생하다 하늘나라에 갔어요.” 그렇게 환희를 보내고 펫로스 증후군에 시달렸다. 그 후로 절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환희가 떠난 지 5년 됐지만 지금도 딸과 와이프는 눈물 흘려요”

환희
환희

길에서 구조한 모카
모카는 웰시코기 믹스견으로 서울 사는 조카가 길에서 구조한 강아지다. 아사 직전의 강아지는 피부병까지 심해 한눈에 보기에도 목숨이 위태로웠다. 동물병원에서는 죽어가는 모카를 보고도 감염을 우려해 진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병원에 사정사정해서 겨우 개를 살렸다. 개를 살리고 보니 품종견이 아닌 믹스견을 입양할 사람이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품종에 민감하잖아요. 믹스 강아지를 별로 안 좋아해요.” 
“환희 보내고 2년 동안 마음고생을 해 다시는 안 키우려 했는데, 누나가 일본을 가면서 모카를 일주일만 맡아달라고 하더라고요. 일주일 정도야 맡을 수 있지 했는데, 그러다가 못보낸거죠. (웃음) 지금 모카는 산책 나와도 잔디 대신 깨끗한 곳만 톡톡 디디고 다니는 공주님이에요. 얼마나 똘똘하고 예쁘게 생겼나 몰라요.” 

하쿠나마타타
하쿠는 딸의 지인이 발견한 진도 믹스견인데 아무도 데려가지 않았다. “딸이 전화해서 울면서 우리가 키우면 안 되냐고 하더라고요. 하쿠가 갈 데가 없는데 보호소에 가면 어떻게 되겠냐고... 서울에서 차를 태워서 데려왔어요. 처음엔 걷다가도 픽픽 쓰러지고 그랬어요. 털도 듬성듬성 나 있고... 배변 습관도 하나도 안돼 있어 입구부터 아무 데나 대소변을 해놔서 엄청 힘들었죠. 영양제도 먹이고 산책도 매일 꾸준히 하니 배변습관이 자리 잡고, 털도 반지르르하니 윤기가 흘러요.” 
하쿠의 본래 이름은 하쿠나마타타. 목줄을 검색해보니 보호소에도 있었고 파양 된 경험도 있지만 성격은 너무 명랑해 이름과 잘 어울린다. “영화 라이언킹에서 하쿠나마타타라는 말이 나오잖아요. 아무 문제없어. 다 잘 될거야 라는 뜻이 하쿠랑 어울려 그대로 불러요. 성격이 너무 좋아 집에 몰딩이고 소파고 다 물어뜯어 놓죠.” 그렇게 서충원, 이상협 부부는 유기견 두 마리를 키우게 됐다. 

모카와 하쿠
모카와 하쿠

혹독한 겨울을 나는 길고양이를 외면할 수 있을까?
 “집에 찾아오는 고양이가 있어요.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고양인데, 우리 집 쓰레기를 헤집어 놓았더라구요. 요즘은 쓰레기 처리를 잘해서 먹을 게 없는데 너무 안 됐잖아요. 그러다 추석 때 생선 싫어하는 식구들 덕(?)에 조기가 남았는데 아까워서 고양이를 줬죠. 그때부터 매일 8개월째 시간 딱딱 맞춰서 찾아와요. 고양이가 시계를 보나 할 정도로 6시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요. 이제는 고양이 밥도 챙겨야 해요. (웃음) 주변 친구들은 고양이 밥을 왜 주냐고 하지만, 사람이나 동물이나 배가 고프면 정말 힘들잖아요.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하는 길고양이들은 밥만 든든히 먹어도 살 수 있다는데, 꼭 사람한테만 잘해줘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생명이라는 그 자체가 귀하니까요.” 

언젠가 맞이할 이별
모카는 올해 6살, 하쿠는 3살이 됐다. 환희를 보내고 다시는 안 키우겠다고 다짐했는데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키우고 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우리 모카가 올해 6살이 되니까 앞으로 닥칠 이별의 순간을 생각하면 슬프죠.” 보내는 게 힘들어 마음이 너무 아파서 다시는 안 키우겠다고 했지만, 그 허전한 마음이 회복되려면 역시 키워야 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이상협 씨.“ 나중에 헤어질 때가 걱정이에요. 마음고생을 많이 하겠죠.” 
서울 사는 자녀들이 주말이면 집에 꼭 온다고 한다. 강아지들을 동생같이 예뻐하기 때문이다. “모카, 하쿠 없으면 웃을 일 별로 없어요. 대화거리가 그리 없잖아요.” 
앞으로도 유기견들과 인연이 되면 계속 키울 생각인지 물었다. “올해 나이가 60이라 얘네들 보내고 나면 못 키울 것 같아요. 지금은 가게 끝나고 밤이고 새벽이고 꼭 산책을 시키는데, 나이가 들어 몸이 아프면 강아지 산책하기가 힘들잖아요. 키우고 싶은 마음은 많지만 강아지한테 미안해서 키우면 안 되겠다 생각해요.”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소중한 생명을 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소중한 생명이 병에 걸리거나 말썽을 피운다고 해서 길에 버린다면 처음부터 절대 키워선 안될 일이다. 스스로 한 생명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보호자인지 돌아봐야 한다. 나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기 위해 반려동물을 입양해야 할 것이다. 또한 반려동물은 상품이 아닌 소중한 생명이다. 반려동물을 상품화하기 위해 개농장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개들이 너무 많다.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사는 한, 이 소중한 생명들은 계속해서 상품처럼 양산되고 소모품처럼 버려질 것이다. 사지말고 꼭 입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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