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가 떠나고 새로운 막내가 왔다. 1년 3개월 만이다. 도도는 5살에 청주유기동물보호소에서 데려와 우리 집에 입양되고 7년을 같이 살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 아이와 주고받은 사랑이 컸던 만큼 떠난 아픔이 너무 커 다신 입양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동안 간간이 유기동물 구호단체에 후원하며 도도 같이 버려진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달랬다. 그러다 지난 2월에 유기견 두 마리와 길고양이를 돌보는 부부의 사연을 인터뷰했는데, 그분들이 기르는 모카와 하쿠를 보니 도도와 함께 한 시간들이 떠올랐다. 다시 한번 유기동물을 입양할 용기가 났다. 

  포인핸드 사이트에서 쇼콜라라는 아이를 보았다. 예쁘고 멋지기만 한 그런 아이가 아니라, 다급해 보이는 눈빛이 마음에 남았다. 가족들과 상의하고 센터에 입양의사를 밝혔지만, 절차가 복잡했다. 가정환경은 물론 입양목적 등 내가 아이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인지를 가늠하는 질문에 대한 답들이 A4사이즈 두 장에 빽빽이 채워지고, 집 사진과 가족사진은 물론 신분증까지 제출했다. 적합성 여부를 기다리는 며칠이 몇 달처럼 느껴졌다. 드디어 입양이 결정되고 전주에 가서 아이를 데려왔다. 버려진 사실을 모르는지 이 아이의 첫인상은 발랄 그 자체였다. 사연인 즉 펫숍에서 7개월 동안 팔리지 못해 갇혀있다가 폐업을 하며 구조단체에 넘겨졌다고 했다. 그러다 두 명의 보호자를 거쳤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입양과 파양을 반복했다. 그 아이를 보면서 처음 유기견이었던 도도를 입양하러 갔을 때 보호소 원장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파양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그런 이유로 똑같이 파양하려면 데려가지 마세요.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 때 입양하세요”라고...

  그 말이 어떤 뜻인지 도도를 키우면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7년 동안 집안에 마킹을 했고 입양 직후 건강검진에서 심장병과 간수치가 높게 나와 계속 약을 먹어야 했다. 그럼에도 매일 같이 바닥을 닦고 심장약을 먹이며 건강해지기 위해 매일 여러번 산책을 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 마지막 열 달은 집에서 산소호흡기 치료를 받으며 투병해야 했다. 가쁜 숨을 몰아쉴 땐 정말 마음이 아팠지만, 아픈 순간조차 아이는 내 손길에 행복해하고 나도 그 아이의 무조건적인 신뢰에 힘을 냈다. 아이와 주고받은 많은 것들에 비하면 투병이나 마킹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리 가족의 품에 안긴 쇼콜라의 새로운 이름은 ‘폰’이다. 스마트폰이냐고 놀리기도 하지만 체스를 좋아하는 큰아이가 지은 멋진 이름이다. 폰은 체스의 기물 중에 가장 힘이 약하지만 끝까지 전진하면 프로모션을 할 수 있는 강력한 기물이 된다. 그리고 신화에 등장하는 ‘그리폰’은 신의 선물이라는 의미가 있다.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되어 가능성과 자유의 날개를 단 폰이 견생이라는 체스판 끝에서 어떤 프로모션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새로운 가족의 합류로 다시금 새로운 행복이 싹트고 있다.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