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타운 사람들

     오원근 변호사  (오원근 법률사무소)
오원근 변호사(변호사 오원근법률사무소)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 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헌법 제37조 제2항). 헌법 조문 가운데 법치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조항이다. 

행정부나 사법부가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려면 반드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만든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행정이 법에 따라 이루어졌는가가 문제 되면, 사법부가 이를 판단한다. 이처럼 입법, 사법, 행정이 서로 견제하면서 권력이 과잉 행사되지 않도록 한다. 이러한 법치주의는 오랜 인류 역사가 만들어낸 최고의 정치적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겉으로 법치주의, 삼권분립의 모양만 갖추어서는 참된 법치주의라고 할 수 없다. 국회에서 만든 법률이라 하더라도, 그 내용이 앞서 본 헌법 규정과 달리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면 위헌이다. 헌법은 이에 대비해, 헌법재판소를 두고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헌법재판이 크게 활성화되어 많은 법률에 대해 위헌 판단을 하면서 입법권 남용을 통 제해 오고 있다. 

그런데 법치주의와 관련하여 오늘날 가장 큰 문제는 법률에서 부여한 권력의 자의적 행사(남용)다. 법치주의의 참된 의미는, 법에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추구하는 공정, 정의 같은 가치를 따르라는 것이다. 법의 탈을 썼다고 하여 다 법치주의라고 할 수 없다. 옛날 일제도, 군사 독재정권도 형식적으로는 다 법의 탈은 썼다. 대한민국 검찰은 화교인 유오성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으로 기소하였는데,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증거를 조작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2014년 4 월 25일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었다. 2014년 3월 증거를 조작한 국정원 직원들이 구속 기소되고, 2014년 5월 1일 공판검사도 징계를 받았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검찰은 2014년 5월9일 이미 4년 전 유오성에 대해 기소유예하였던 외국환거래법위반 사건을 재기하여 기소하였다. 

혐의는 유오성이 탈북자들의 북한 거주 가족에 대한 송금 의뢰 등 중국으로 송금을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입금받은 돈을 공범이 지정, 관리하는 계좌로 다시 송금하는 방법으로 무등록 외국환 업무를 하였다는 것인데, 검찰은 사안이 가볍다고 보고 기소유예하였던 것이다. 

4년이 지난 후, 위 내용에 대해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는데도 검찰은 사건을 다시 꺼내와 기소하였던 것인데, 법원은 이에 대해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며 검사가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아 공소기각 판결을 하였다. 사법 역사상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처음으로 공소기각 판결을 한 것이다. 

검찰이 기소유예 하였던 사건을 재기하여 기소한 것 자체는 형식적으로는 법에 따른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간첩 사건이 무죄가 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전혀 공정하거나 정의롭지 못한 검찰권 남용으로 법치주의에 반하는 것이다. 

이런 검찰권 남용을 우려해 검찰청법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과 법률 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 절차를 준수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조 제2 항). 그러나 대한민국 검찰은 이 법을 정면으로 어기고 있다. 

조국 전 장관 수사에서 보듯 집중 표적 수사를 하고, 김학의, 김건희 사건에서 보듯 자기 식구들에 대해서는 봐주기·뭉개기 수사를 하였다. 정치적 색깔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더니, 스스로 정치 일선에 나서 권력을 잡고, 검사 출신들이 요직을 꿰차고 들어 앉았다. 이러고도 검사들은 법치주의를 말한다. 선택적 정의일 뿐이다. 언론은 검찰 권력에 빌붙어 검사들이 말하는 법치주의는 허울  뿐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에 참된 법치주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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