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 변호사 (변호사오원근법률사무소)
오원근 변호사 (변호사오원근법률사무소)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사람이 거짓말하면 혈압, 맥박, 호흡 등 몸에 어떤 반응이 오고, 그 신체적 반응을 분석하여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거짓말탐지기 검사의 정확성이 높다고는 하나, 전 아직도 그 검사에 선뜻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막상 수사를 받는 현실 상황에서, 수사관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하자고 하면, 이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거부한다고 하면, 바로 거리끼는 게 있고 자신 없으니 그런 것 아니냐는 반문이 들어옵니다.  또, 수사관에게 그 검사를 어떻게 백 퍼센트 믿을 수 있냐고 따지면, 수사관은 “아니 어떻게 과학적으로 입증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믿지 못하느냐”며 의아해하기도 합니다. 이런 까닭에, 피의자가 거짓말탐지기 검사에 동의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면, 피의자의 변호인으로서 참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하자고 할 수도 없고, 하지 말자고 할 수도 없고. 얼마 전, 제가 의뢰받은 형사사건에서 경찰이 피의자에게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하자고 했습니다. 피의자는 강간 혐의를 받고 있었는데, 합의하고 성관계를 맺었다고 부인하고 있었습니다. 피의자는 일단, 거리낄 것 없다는 생각에 검사에 동의했는데, 저와 상의 후 검사를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을지 말지는 당사자 자유입니다. 검사를 거부하는 이유를 고민한 다음, 아래와 같이 적어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피의자는 얼마 전,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는 것에 대해 동의한 사실이 있는데, 그때는 변호인과 충분한 상의를 하지 않았는바, 변호인과 상의 후 위 동의를 철회합니다.

 

사람의 양심은 기계로 검사할 수 없습니다. 기계로 사람의 양심을 검사할 수 있다면, 수사기관의 수사나 법원의 재판은 필요 없을 것입니다. 기계로 간단하게 검사하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정확하다는 근거도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법원은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에게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권유하고, 이를 거부하면 스스로 거리끼는 것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를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잘못입니다. 피의자의 인격권,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한 사람인 피의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피의자는 이를 받지 않겠습니다. 피의자와 피해자 진술, 피의자가 제출한 증거 등으로 혐의 유무를 판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위 사건에서, 고소인은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다음 집에 돌아가 피의자에게 잘 자라는 문자와 이불 덮고 자는 모습의 이모티콘을 보내고, 그 후에도 한 달 이상 서로 만나며 수시로 문자를 주고받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피의자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보고, 화가 나 고소하였던 것입니다. 굳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증거들 갖고 얼마든지 판단이 가능하였던 사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사건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하자니, 난감할 수밖에요. 만약에 피의자 말이 거짓으로라도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피의자는 검사를 받지는 않았지만, 결국 혐의없음 결정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증거로 인정되려면, ① 첫째로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② 둘째로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③ 셋째로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다는 세 가지 전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위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검사 결과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대법원 2005. 5. 26 2005도130 판결]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에서도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에 대해, 위 세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 증거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판결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부인하는 사건 대부분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하자고 사실상 압박합니다. 검사 결과를 갖고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검사를 거부할 것을 권합니다. 인간의 양심은 기계로 판단할 수 없고, 판단하여서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인간의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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