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보호자의 편지

 

정혜준(왼쪽)님과 자녀 송지수(오른쪽)양
정혜준(왼쪽)님과 자녀 송지수(오른쪽)양

올해 복지관 주간보호시설에 처음 등록되어 혜원복지관과의 좋은 시작은 세월과 함께 깊어지고 좋아지고 있었고, 오랜 해외 생활로 모든 것이 낯선 우리 가족이 청주에 잘 적응하도록 보이게 때론 보이지 않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커다란 뭉게구름이 여기저기 수놓은 가을 하늘과 시작된 빛뜨락어울림 축제는 축제 그 자체였다. 한국에서 처음 맞는 장애인 축제였다.

우리가 살던 캐나다에서 많이 경험했던 그것과는 어떤 다름이 있을지 기대를 안고 축제장소로 향했다. 잘 꾸며진 무대에서는 각종 시상과 출발을 알리는 선언이 이어졌고, 지역주민과 같이 만들어진 각종 부스에서는 환한 미소로 모두를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딸의 희망대로 페이스페인팅과 걱정인형, 꽃을 활용한 작은 등 만들기등을 참여하였다. 꿈자람 동아리 ‘하나해’에서 진행한 페이스 페인팅은 전문가에 가깝게 귀여운 캐릭터를 열심히 그려주고 있었고, 아이들의 예쁜 미소는 보너스였다. 또 걱정인형은 그 자체가 훌륭한 아이템 같아서 신기해보였다. 만드는 방법을 아주 쉽게 알려주어서 누구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등 만들기도 말린 꽃을 활용하자 근사하게 꽃그림자가 드리워진 전등이 되었다.

점심으로 두가지 메뉴를 선택할 수 있게 제공해 주셨고, 모든 직원들이 서로 먼저 응대해 주어, 긴 기다림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솜사탕 줄이 길어, 더위에 슬러시만 먹고픈 아이가 기다리는데, 슬기롭게 “슬러시만 필요하신분은 앞으로 오세요”하고 외쳐주어 바로 받을 수 있는 임기응변도 돋보였다. 이 모든 것이 무료라는 것에 놀랐다. 내가 살던 캐나다는 이런 행사들이 모두 참가비를 받거나, 아니면 러플티켓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기금 마련을 했기에 그냥 받기가 미안하였다.

올해는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복지관 앞마당에서 진행되었지만 예년처럼 도심공간으로 나와 비장애 시민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행사가 되었으면 한다. 성경에 보면 “하느님이 보시기에 참 좋았다”라는 구절처럼 모든 것이 조화로운 하루의 잔치가 모두의 노력으로 잘 맞춰진 것 같아 아주 좋았다. 이 축제를 위해 준비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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