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는 인간만 사는 게 아니다
청년마당’에 세 차례에 걸쳐 비거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한다. 연재별 제목은, ▲오늘 고기를 드셨나요? (부제: 환경과 육식의 상관관계) ▲인간은 왜 고기를 먹는가?(부제: 지구의 룸메이트에게 갖는 도덕적 의무) ▲ All for one, and all for human. (부제: 인간의 육식으로 인해 죽어가는 지구). 청년의 눈으로 본 세상, ‘비거니즘’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 바란다. /편집자주

 

비거니즘은 인간뿐이 아닌 다른 동물들도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갈 자격이 있고, 인간도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 정치적 운동이다. 인간과 비인간동 물종들 간에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 차이가 그들의 죽음과 고통을 당연히 여길 수 있는 조건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는 삶의 방식이다. 그리고 동물을 좋아 하는지의 여부와는 상관이 없는, 이성을 바탕으로 한논리적 추론으로 도출해 낸 윤리적 판단이기도 하다.
종차별주의에 반대하고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것은 인간들의 설 자리를 침범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도덕 공동체를 확장하고 정의의 범위를 넓히는 일이다. 해마다 육지 동물 600억 마리와 바다 동물 1조마리가 목숨을 잃고 있다. 식육용으로 사육되는 동물 중 5억마리 이상이 도축장에 가기도 전에 사망하며, 미국에서만 매년 1,000억 마리의 조류와 포유류가 오직 한 동물종인 인간의 식용으로 쓰이기 위해 도축되고 있기도 하다. 자취생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회식 자리에 별미로 등장하는 참치의 경우, 참다랑어에서 눈다랑어까지 인간이 먹는 7개의 주요 종이 이미 멸종의 위기에 놓여 있다.
2019년 IPBES(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시스템에 대한 정부간 과학정책기구)에 따르면 축산물이나 농업에 이용 되는 가축의 최소 9%가 이미 멸종했고 전 세계 약 1백만종의 동식물종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지구 위를 살아가는 1500만 종(세계 생물종 수는 천만에서 1억 종 범위로 추정되나 대략 1500만종으로 계산한다) 중 고작한 종 때문에 다른 셀 수 없이 많은 생물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량 학살을 줄인다고 해서 인간의 권리가 침해되거나 인간의 안녕이 위협받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현재 인간은 육식을 과소비 하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은 육식을 하지 않더라도 평안한 삶의 정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윤리 철학자인 최훈 교수는 ‘인간의 생명은 고기를 먹는다고 유지 되지 않기에 고기는 인간에게 생명을 주는 게 아니라 입맛을 줄 뿐’이라고 한다. 실제로 세레나 윌리엄스를 비롯한 많은 운동선수들이 채식 식단을 선호함과 더불어 개인적으로도 비거니즘을 시작하기 전과 후의 혈단백 등 건강지표를 비교하였을 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에 그저 학습해 왔기에 유지 되고 있는 육식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인간들은 동물들 에게 어떤 해를 끼치고 있을까?

    이희진씨가 직접 만든 비건요리들    

 

우선 돼지는 기대 수명 12년 중 6개월만을 살다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송아지는 20년 중 길어야 24주, 짧으면 1주 만에 도축된다. 한국인이 기쁜 날에 빠지지 않는 치킨은 기대수명 8년 중 고작 6주밖에 살지 못한 닭들이다. 해마다 프랑스에서 동물 3000만 마리가 인간 들의 유흥을 위해 사냥감으로 전락하는데, 그중 2/3는사실 사냥을 위해 일부러 사육되다가 자연에 방사된 경 우이다. 독일에서 27년 동안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그사이 생물량이 75% 감소하였다고 하며 날벌레들이 급격히 감소한 현재 상황을 부르는 ‘앞유리 현상’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앞에 언급하였듯 인간의 육식주의와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생긴 환경오염은 미세먼지와 유해물질들이 가득한 곳에서 사는 동물들과 야외에서 살수밖에 없는 동물들에게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오물을 밟고 다녀 발이 썩어들어가는 닭들에게 공감하 기보다는, 그런 닭발을 먹고 탈이 날 인간들을 더욱 걱정하고 있다.
“All for one, and one for all”은 스위스의 비공식적인 좌우명으로 「삼총사」에 나와 익숙한 문장이다. 소설에 서는 구성원 중 한 명을 위해서라면 모두가 최선을 다할 것이고, 모두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한 몸을 불사르 겠다는 단결과 희생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격언을 지금 인간과 동물 간의 상황에 대입해 본다면 사회와 그 구성원 간의 상생을 의미하던 원래의 뜻을 찾아보기는 힘들 듯하다. 현재 비인간종을 다루는 인간의 태도는 상생의 “All for one, and one for all”이라기보다는 착취의 “All for one, and all for human”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들이 다른 생명체를 대할 때, 단순히 인간종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통의 크기가 줄어들고 생명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동물들도 우리와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생명권의 주체라는 사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인간 뿐아니라 비인간종에게도 도덕적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지한다면, 이 지구는 서로간의 상생을 향하여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느슨한 연대(weak ties)’가 21세기 사회 운동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비거니즘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동물성 제품의 소비를 중단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당장 내일 회식 장소를 변경해야 할 수도, 약속에 빠져야 할 수도 있고, 선물받은 가죽 지갑을 사용하는 것과 버리는 것 어느 것이 더윤리적인 행보일지 고민하는 것은 심적, 시간적 자원의 소모가 너무 크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간헐적 비건, 플렉시테리언 등의 ‘느슨한 채식’으로도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다. 최근에는 대체육이 보편화되어 롯데 리아에서 간단하게 비건 버거인 ‘리아 미라클 버거’를배달시켜 먹을 수도 있고, 마켓컬리에서도 비건 인증을 받은 음식들은 싸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 대체육 류의 시장 규모는 5년새 80%나 급증하였고, 비건 음식 점만 모아서 알려주는 구글 지도(goo.gl/7w4nGu)와채식한끼라는 어플리케이션도 있다. 비거니즘을 실천 하는 일이 점점 쉬워지고 있는 요즘, 지구의 룸메이트들을 위해 일주일에 하루 정도라도 그들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 윤리적 비거니즘과 관련된 이희진씨 추천도서 ◆
•마르탱 파주, (2019), 왜 고기를 안 먹기로 한 거야? (배영란 역), 황소걸음
•멜라니 조이, (2010),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노순옥 역), 모멘토
•에리카 퍼지, (2007), ‘동물’에 반대한다, (노태복 역), 사이언스북스
•최훈, (2012),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사월의책
•최훈, (2015), 동물을 위한 윤리학, 사월의책
•코린 펠뤼숑, (2017), 동물주의 선언, (배지선 역), 책공장더불어
•피터 싱어, (2012), 동물 해방, (김성한 역), 연암서가

 

글·사진_이희진

 

글쓴이 이희진씨는 두꺼비마을신문 제1기어린이기자 출신으로,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사회심리·법학 4학년에 재학중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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