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방관으로 근무하다 순직한 딸이 사망한 후 32 년 동안 연락이 없던 친모가 나타나 유족급여와 사망급여 등 거의 1억 원에 이르는 돈을 수령한 일이 있었다. 이에 홀로 딸 2명을 키운 아버지가 친모를 상대로 과거 양육비를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6월 12일 친모가 아버지에게 그동안 지급하지 않았던 양육비 7,700만원을 지급하 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했다. 자녀가 미성년자일 때 자녀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가 막상 자녀가 사망하자 그로 인한 보상과 배상, 상속 등 부모로서의 권리를 모두 누리고자 하였고, 이에 대해 과거의 책임을 일부나마 다시 추궁한 사례이다.

우리가 보통 채권의 소멸시효를 10년으로 알고 있는데, 자녀가 성년이 된 지 12년이 넘게 흐른 후의 과거 양육비 청구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지 궁금할 수 있는데, 모든 경우에 과거 양육비를 기간 제한 없이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 사건의 경우 양육비 지급 여부 및 금액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법원은 과거의 양육비 지급을 구할 권리를 두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우선 부부가 이혼을 할 때 미성년자녀가 있었고, 비양육자가 양육자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던 경우, 양육자는 비양육자에 대해 과거 양육비 지급을 구할 권리를 갖게 되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미성년 자녀의 부모라는 신분적 지위에서 당연히 발생하는 추상적인 법적 지위이다. 그런데 양육자와 비양육자 사이에 협의를 하거나, 가정법원의 심판 등으로 월 양육비가 얼마이고, 이것을 합한 과거 양육비가 총 얼마인지가 확정되면 이것이 가족법상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구체적이고 완전한 재산권이 되는 것이다.

소방관 사건의 경우 아버지와 친모 사이에 양육비에 관한 협의가 없었고 법원에서도 이에 관해 정한 것이 없었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신분적으로 친모에 대해 과거 양육비 지급을 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지만 이것이 구체 화되지 않았고, 따라서 소멸시효도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 법원이 심판으로 과거 양육비가 7,700만원 이라고 결정했는데, 이 결정이 확정되면 이제 10년 기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이 7,700만원을 달라고 할 권리, 그리고 친모가 7,7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상속도 될 수있다. 기사에 의하면, 친모가 법원의 결정에 항고하지 않고 과거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내가 키우든 그렇지 않든, 친권이 누구에게 있든,

실제로 면접교섭이 진행되고 있든 그렇지 않든,

내피를 이은 아이가 만 19세가 되기 전까지는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현행 제도에 따라 이혼을 하게 되는 가정의 경우 양육친의 양육비 지급 청구권이 추상적 지위에 머무는 일은 원칙상 있을 수 없다. 요즘의 가정법원이 이혼 사건 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미성년 자녀의 양육사항으로, 위자료나 재산분할의 경우 당사자의 청구가 없으면 굳이 법원에서 나서서 이를 판단해주지 않지만, 미성년 자녀를 누가 키울지, 양육비는 언제, 어떻게, 얼마씩 지급할지, 비양육친과의 면접교섭은 어떻게 할지 여부는 당사자들이 협의로 정하거나 법원의 결정을 받아야만 이혼할 수 있다. 그리고 양육비 청구권은 양육친의 의사에 따라 포기도 가능하지만, 면접교섭은 온전히 권리라기보다는 의무를 다하는 측면도 있으므로 심각한 아동 학대 등 면접교섭을 배제하거나 제한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모의 의사로 면접교섭을 하지 않기로 정하는 것은 법원이 허용해주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이혼 과정에서 양육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정해두도록 하고 있지만, 양육비를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양육비 이행을 강제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심히 부족하다. 특히 양육친이 아이를잘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로 연을 끊기로 했다는 이유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분명한 것은 내가 키우든 그렇지 않든, 친권이 누구에게 있든, 실제로 면접교섭이 진행되고 있든 그렇지 않든, 내피를 이은 아이가 만 19세가 되기 전까지는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내가 먹고 살기 힘든데 양육 비를 어떻게 내냐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정도는 최저 생활이 아니라 아이의 생활이 부모의 생활과 같은 수준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므로, 우선 내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갖추고 난 다음 자녀를 돌보겠다고 하는 태도는 법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없다.


기존에 양육비 이행 확보 방안으로 양육비이행명령, 양육비직접지급명령, 압류, 추심, 전부명령 신청 등이 있고, 이번에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서 한시적으로 국가가 양육비를 지원하는 긴급지원제도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제재로 운전면허를 정지할 수 있는 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운전면허 정지안 외에 논의되었던 형사처벌이나 출국금지 등에 대한 부분은 빠졌는데, 이를 포함한 내용의 개정안이 다시 국회에 발의되었다고 한다. 이혼은 부모들 사이의 사정에 의한 것이지만, 양육비는 무엇보다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일차적으로는 부모의 책임감이 가장 중요하고, 양육비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박아롱 변호사(박아롱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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