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달퐁맘의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지난달부터 일하는 여성이 된 달퐁맘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첫 출근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달이란 시간이 지났어요. 그 사이 짱아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답니다. 짱아는 엄마가 없는 빈자리를 언니와 함께 채워가며 조금 더 성장한 느낌입니다.
짱아는 어려서부터 뭐든 늦은 편이었어요. 백일이 지나서 겨우 목을 가누었고, 두 돌이 되어서야 걸음마를 시작했으니까요. 그렇게 1학년이 된 짱아는 학교생활도 아주 천천히 적응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짱아를 두고 일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인디언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어요. 아이를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길과 관심, 사랑이 필요한지 잘 나타내주는 말이죠.
지난 주 일이었어요. 학교에서 돌아온 짱아가 현관 앞에 날아다니는 커다란 모기가 무서워서 집에 못 들어간 일이 있었어요. 커다란 모기가 무서웠던 짱아는 놀라서 작은도서관으로 달려갔답니다. 작은도서관 봉사 선생님께집 앞에 커다란 모기가 날고 있어 못 들어갔노라고, 모기가 사라질 시간만큼 도서관에 있다가 집에 들어올 수 있었대요. 겁도 많은 짱아가 커다란 모기에 얼마나 놀랐을지, 그 놀란 눈으로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하며 얼마나 안도했을지 짱아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참을 웃었답니다.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일하고 있는 중에 미술학원에서 전화가 온 거예요. 짱아가 학원 올 시간이 지났는데 오지 않는다고요. 전화기 없는 짱아랑 연락은 안되고 그렇지만 나갈 수도 없는 애타는 상황... 조금 있으니 작은도서관 매니저선생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짱아 가 학교에서 친구랑 속상한 일이 있어 많이 울면서 도서 관으로 왔다는 거예요. 엄마가 없으니 그 서러운 울음을 도서관에 가서 터트렸나 봐요. 한참을 울고 나서 힘이 부쳤는지 학원도 못 가겠다고 한다고요. 그 전화를 받는 순간 얼마나 안심이 되고 감사했는지 몰라요. 속상한 짱아가 엄마가 없어도 어디 한 곳 기댈 곳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안심이 되고 감사한 일인지요. 일을 어떻게 끝냈 는지도 모르게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오니 작은도서관 선생님과 받아쓰기도 하고 숙제도 하며 마음이 많이 가라 앉은 짱아가 저를 보고 반겨주었어요. 짱아의 놀란 맘, 슬픈 맘을 보듬어주신 작은도서관 선생님! 모두 감사합 니다.
돌이켜 보면 그런 일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현관 비밀번호를 외운다고 외웠는데, 그날따라 잘못 눌린 것인지 경보음이 울려버린 거예요. 당황한 짱아는 길가를 배회하며 엉엉 울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오니기리 사장님이 짱아를 데려다 안심시키고 간식도 주며 저한테 연락을 해 준 일이 있었어요.
비슷한 일로 대원 CU편의점 직원분도 우는 짱아를 달래주며 전화해 준 적이 있었고요. 오니기리 사장님! 대원 CU편의점 직원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요즈음 날이 더워지면서 식탁에 차려놓고 가는 밥상을 아이들이 먹기 싫다고 할 때가 간혹 생깁니다. 날이 더우니 입맛도 없고 자기들끼리 챙겨먹는 것도 힘이 드나 봐요. 그래서 어느 날은 짱아가 먹고 싶은 거 먹으라고 용돈을 주고 가요. 다녀와서 물어보면 떡끼묵까 떡볶 이방에서 언니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고 말하는 짱아. 언니랑 둘이 점심 먹으러 왔다고 이것저것 잘 챙겨주시는 떡끼묵까 떡볶이방 사장님! 늘 감사합니다.
짱아가 특별식으로 좋아하는 메뉴가 있어요. 바로 돈까스와 잔치국수죠. 학교 급식으로 잔치국수가 나오는 날을 제일 좋아하는 짱아가 점심으로 잔치국수를 먹고 싶다고 조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일하는 엄마는 마음이 아픕니다. 미리 해놓고 갈 수 없는 게 잔치국수라 언니와 함께 옥이네갈래 가서 돈까스와 잔치국수를 먹으라고 했어요. 국물이 뜨거우니 조심해야 한다고 일러주면서요. 집에 돌아온 저에게 짱아가 언니와 맛있게 다 먹었다며, 아이들끼리 왔다고 국수도 덜어 주시고 잘 챙겨주셔서 편하게 먹었다고 즐겁게 얘기해요. 엄마처럼 살펴주신 옥이네갈래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짱아는 일상 속에서 마을 사람들의 크고 작은 보살핌을 받으며 잘 자라나고 있습니다. 놀다가 다친 짱아를 데려다 주는 이웃, 놀이터에서 짱아가 놓고 간 가방을 찾아주는 이웃, 짱아한테 예쁜 옷과 머리핀을 물려주는 이웃, 저희 집 짱아는 이렇게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키우고 있습니다.
권윤덕 선생님의 <만희네 집>이라는 그림책이 있습 니다. 만희가 할머니 댁으로 이사가 살면서 느끼는 따뜻한 모습이 예쁜 그림과 글 속에 잘 나타나 있는 책이랍니다.저는 우리 마을에서 만희가 느꼈던 따뜻한 모습을 느끼며 짱아를 키우고 있어요. 온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워 가는 따뜻함, 저희 가족이 이 마을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짱아를 키우며 오늘도 하나씩 배워가는 달퐁맘의 이야기는 다음호에도 계속 됩니다.

 

2020년 6월 25일 달퐁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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