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 4학년의 첫 나들이에 다녀왔다. 소풍날이라서 그런지 오늘따라 정신이 없었다. 이리저리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오늘이 소풍날이다!'라는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그렇게도 날 기쁘고 마음이 설레게 만든 소풍의 장소는 바로 경기도 안성시 서일농원 이였다.

서일농원은 우리나라 전통 슬로우 푸드를 만들면서 자연을 보고, 듣고 느끼는 체험을 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여러 가지 식물을 보고 청국장을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되기도 하였지만 그 중에서 내가 제일 놀라워하고 신기해했던 것은 바로 U자 N자로 굽혀진 소나무였다. '이 소나무는 몇 십 년, 몇 백 년 도 넘게 자연의 비와 눈을 맞고 구부러져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웠을까? 그 괴롭고 고통스러운 마음도 모두 다 이겨낸 훌륭한 이 소나무.'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식물 같았던 소나무가 이제 보니 위인들만큼이나 위대해 보였다. 괴롭고 고통스러운 마음을 모두 이겨낸 소나무와 나의 잘 포기하고 견디지 못하는 성격을 비교해보니 이 소나무보다 더 뜻 깊은 행동을 하지 못했다는 것에 부끄러워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렇게 내게 큰 깨달음을 준 서일농원. 하지만 고맙게도 서일농원은 그것만을 챙겨 준 것이 아니다. 내가 자연에 대해 많이 알도록 지식까지 챙겨주었다.


서일농원에서 배운 지식 중에 가장 놀라웠던 지식은 청국장이 2일 후에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난 지금까지 우리 어머니께서 30분 동안 청국장을 만들어서 '아, 청국장은 이렇게 30분 만에 만들어지는구나.' 하고 알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그 청국장은 우리 친할머니께서 된장을 먼저 만들어 놓으셔서 우리 어머니께서는 30분 동안 김치, 마늘, 파 등을 넣고 끓이기만 했던 것 이였다. 그리고 진짜 청국장은 2일 동안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청국장도 패스트푸드 인줄 알았던 나의 경솔함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이런 신기하고 놀라운 사실을 담고 있는 서일농원에서 내가 좋아하는 꽃 중에 하나인 연꽃까지 보아 좀 더 알고 싶어 집에 도착해 백과사전을 찾아보았더니 내가 좋아하는 반찬 중에 하나인 연근에 대해서도 나와 있었다. 알고 보니 연근은 연꽃의 뿌리줄기이고, 연근은 원통 모양처럼 생겼으며, 여러 개의 구멍이 있었다. 그리고 연근은 반찬으로도 이용한다고 나와 있었다. 또 연꽃의 어린잎은 데쳐 먹고 잎과 뿌리는 해독제나 지혈제로 이용하며 열매인 연밥 역시 잘 말려 약으로 사용한다. 이런 몸에 좋은 연근을 담고 있는 연꽃은 뿌리줄기 뿐 만이 아니라 어린 잎, 잎과 뿌리 등등에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자연만을 이용하고 자연 그대로가 잘 살려져 있는 서일농원... 이 사실을 알자 난 이 서일농원이 우리 친할머니 댁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연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우리 친할머니 손과 발은 항상 흙이 묻어 있다. 흙의 느낌이 좋으시다고 맨 발로 밭을 일구고 계시면 "할머니, 더러운 흙이 다 묻잖아요." 하고 난 인상을 쓰며 말씀드리곤 하였다. 하지만 이런 우리를 위해 농약도 뿌리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최대한 이용하려고 노력하시는 할머니...... 이런 친할머니의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친할머니 댁은 작고 작은 하나의 농원 같다. 서일농원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우리 친할머니처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훗날 나도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만의 작은 농원을 만들어보고 싶다.

황서진 (샛별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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