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부터 기본소득에 대한 담론이 구체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기본소득은 간단히 말해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 있는 조건 하나만으로 매달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다. 연령, 장애 여부, 성별 등 조건과 상관없이 돈이 지급된다. 갓 태어난 아기부터 고령의 노인까지 모두에게 지급하게 되는 것인데 매달 100만원씩 지급된다면. 어떤가? 정신나간 소리라 생각할 수도 있다.

  기본소득은 왜 필요할까? 70~80년대 경제 성장기에는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그 성과를 나눴다. 그만큼 기업은 일할 사람이 부족했고 노동 시장에 참여한 사람은 말 그대로 일하는만큼 먹고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기 시작했고 이대로 가다보면 직업이 없는 사람들은 소득이 없으니 가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반면 기업은 계속해서 성장을 이어가게 될까? 자본주의는 생산 혁신만으로 발전하는 체계가 아니다. 소비도 사회를 지탱하는또 하나의 축이며 실제로 2000년 10월에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필수 소비재와 생필품 등에 대한 지출을 향상시켰다. 기본소득은 이미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 기초노령연금, 아동수당은 사실상 기능적으로는 기본소득에 해당한다.
  지금까지는 최저생계비, 중위 소득을 기준으로 몇%인가 하는 문제는 저소득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사용해 왔다. 근로 소득과 관계없이 가난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변하게 될까? 아마 찾아보지 않는 한 확인이 어려운 다양한 복지 서비스들, 급여, 대상자를 구분하고 전달하는 행정 소요들이 모두 사라질 것이다. 사회복지 기관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보다 진정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 축소될 것이다.
  기본소득은 재원 마련, 도덕적 해이 등 꾸준히 논란이 있다. 세수 확보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위소득 이상 국민의 세금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다. 기업이 해외로 떠나가거나 국민 상당수가 근로를 포기하는 무기력한 나라가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시범 사업으로 진행한 핀란드에서도 낮았던 근로자의 비율이 상승하지 않았으나 삶의 질은 많이 높아졌다고 한 결과가 있었다. 한국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고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일련의사업이 앞으로 발전만을 앞두고 있다. 이상적으로 바라보던 기본소득에 대해 보다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 김학철 사회복지사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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