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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시인의 ‘찔레나무 ’읽기
정학명 시인  |  riverfl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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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호]
승인 2019.02.21  11: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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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금기와 타부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우리의 어깨 위에는 역할에 대한 기대와 부담이 검은 돌처럼 얹혀 있습니다. 예술은 때로 이런 무게들을 비웃거나 거기에 저항합니다. 그것은 자유정 신의 발로일 것입니다. 좋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신장하고 보장하는 국가인 것처럼 좋은 사회란 서로에게 금기를 뒤집어씌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자유를 격려하고 동기화 하는 사회일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시에게도 적용될 것 같습니다. 좋은 시란 교훈을 담는 시가 아니라 자유의 편에 서서 손수건을 흔드는 언어일 것입니다.
  오늘날 시인은 대중으로부터 영감을 주는 정신적 힘을 요구받는 동시에 자유 신장의 첨병으로써 기성의 가치에 대한 저항과 전복을 요구받 습니다.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일 은 지난한 것일 터입니다. 그것을 시어로 구현하는 일은 더욱 그렇겠지 요.
  서두가 길고 무겁지만 오늘 읽을시 〈찔레나무〉는 가치에 대한 전복과 유희로써의 언어를 우리에게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볍게 금기와 타부를 넘어서고 자유롭고 아름다운 본연과 우리를 대면케 하는 것입니다.

 

찔레나무

          고 영 민

한낮의 대중탕,

중년 사내가 물바가지로

중요 부위를 덮어놓고 잠들어 있다
저 엎어놓은 물바가지 속에는

새가 한 마리 있다

뱀이 한 마리 있다

급히 볼일을 보고

덮어놓은 똥이 한 무더기 있다

한 소절의 노래와한 다발의 꽃이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찔레나무 가지 위란 말인가

-시집 《사슴공원에서》 창비

 

<읽기>
 좋은 시는 상징과 은유를 잘 활용합니다. 은유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고영민은 시의 그런 특질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 활용 면에서 탁월합니다. 쉬운 언어를 쓰면서도 결코 격이 낮아지는 법이 없습니다.
 이 시에 쓰인 새와 뱀과 똥과 노래와 꽃은 모두 예민한 상징이며 은유입니다. 새는 무얼 말하는 걸까요. 우리는 새에게서 쉽게 노래를 연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애춤을 연상할 수도 있겠지요. 뻐꾸기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뻐꾸기는 또한 중의적이기도 하지요. 앵무나 원앙을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형태의 유사성 뿐아니라 그것의 뒤에 자리잡고 있는 본연에 연결되는 이런 상징의 특성이 시 안에서 상상을 자극하며 풍성하게 울립니다. 뱀도 그렇지요. 그것은 실락원을 떠올리게도 하는 음험한 동물이지만 그 음험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편재한 특질이겠지요. 단 한 낱말로 본성을 보여준 다는 점은 얼마나 매력적인지요. 똥과 노래와 꽃이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그걸 읽어내는 것이 독자에게 남겨진 숙제입니다. 그걸 풀어내는 일은 자유로 가득한 희열이요 상상일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불어 전복이 빛나는 저 찔레나무를 보십시오! 참으로 행복한 시 읽기란 이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 시인 정학명(가람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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