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참 좋은 시인들이 많고 좋은 시들도 많습니다. 제가 분수에 맞지 않는 어리석음을 무릅쓰고 여러분에게 시를 읽어드리려는 이유 입니다. 그토록 아름다운 시의 진경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세상을 사는 이들에게 그 찬란함을 보여드리고픈 연유이나 능력이 닿지 않아 더러 난감하고 부끄럽습니다.
오늘 읽어드리는 시인은 발상의 기발함에서 아마 우리나라 최고가 아닐까 싶은 시인입니다. 제가 소개해 드리는 시인들은 모두 나름대로 한 세계를 이룬 시인들이니 가능하면 시집을 사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럼 이정록 시인의 기발하고 아름다운 시 '줄탁'을 함께 감상해 보실까요?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의 알이 부화할 때 알 속에서 밖으로 나가려는 어린 새의 부리질과 밖에서 새끼를 꺼내려 알을 쪼는 어미의 부리질이 함께 이루어져 부화 과정이 이루어짐을 말합니다. 거기에는 두 마음의 간절함이 있지요. 이 시는 그 장면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시인은 그 장면과 자신의 탄생 혹은 존재를 거기에 이입하지요. 새끼를 어둠 속에서 꺼내어 광명의 세계에 내놓으려는 마음이야 비단 새들의 일이겠습니 까.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그런 간절한 마음 속에서 나온 존재가 아니겠습니까.
이 시의 시점은 알 속에 든 새끼의 시점이지요. 어둠 속에서 부화의 순간을 기다리던 아기새에게 어미의 부리질로 알이 깨지는 순간은 밤하늘에 별이 뜨는 순간과 같겠지요.
그리고 그런 별빛이 이어져 한 세계가 열립니다. 그러나 이 시가 정말 한 차원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지점은 그 장면을 단순히 알의 부화과정으로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무명을 깨트리는 모정의 간절함으로 치환하는 데 있습니다. 불과 넉줄의 문장으로 이토록 멀고 아득한 세계를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니 시는 참으로 위대한 장르입니 다. 그 모정이 시인의 눈을 지나 내 눈을 칩니다.

▲ 시인 정학명(가람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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