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학교 이야기 1탄

▲ 모닝 어셈블리 시간
▲ 학교를 소개하는 아이들
▲ 쉬는시간의 아이들

오연호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으며 의기투합한 학습연구년 선생님들이 팀을 꾸려 덴마크 국외연수를 준비했다. 팀이름도 ‘충북행복교육공동체’라고 멋지게 붙였다. 3월부터 준비한 기행을 드디어 떠나는 날, 책 속에서만 보던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질문을 가득 품고 덴마크로 출발했다.
덴마크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공교육과 자유교육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덴마크의 공립 기초학교는 폴케스콜레(Folkeskole)로 초등교육과 중등교육 1단계를 합한 9학년제이며 폴케스콜레와 같은 수준에서 프리스콜레(Friskole, 자유기초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프리스콜레는 대체로 학부모가 설립 및 운영의 주체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사립학교와 다른 점이다. 폴케스콜레와 프리스콜레는 독자적이면서 상호 교류하고 협력한다.
이어서 중등교육 2단계에 해당하는 김나지움과 직업교육을 위한 학교들이 있다. 그런데 중등교육 1단계와 2단계 사이에 아주 특이하고 흥미로운 학교 형태로 ‘에프터스콜레’(Efterskole, 자유중등학교)가 있다.
에프터스콜레란 14~18세 청소년들에게 진로를 탐색하고 인격 형성을 위한 최적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숙학교이다. 에프터스콜레는 우리나라 자유학기제의 모델이기도 하다.
중등교육 2단계 이후는 고등교육 기간으로 국립대학과 사립 평민대학인 폴케호이스콜레(Folkehøjskole)가 있다. 덴마크 국민이면 특별한 조건이나 시험 없이 누구나 입학할 수 있고 지자체의 지원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긴 시간 비행으로 첫날부터 지쳤지만 나의 가장 큰 관심인 덴마크 자유교육을 생생하게 느끼고 싶었기에 프리스콜레를 방문하기로 한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이었다.
덴마크에서의 다섯째날 우리가 방문한 베스터 스케밍에 프리스콜레(VesterSkernin ge Friskole)는 1850년대 세워진 초창기 프리스콜레 중 하나이다. 한 신부님이 쉬운 단어의 철자를 모르는 소년에게 수치심을 주는 일이 발생했다. 낙심해서 슬퍼하는 소년을 본 학부모는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가르치기로 하고 블랙 스쿨이라는 학교를 설립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베스터스케밍에 프리스콜레이다.
학교에 도착하자 점퍼 차림의 소탈한 교장선생님이 우리 일행을 맞아 주었다. 교장 선생님은 ‘이곳의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가방에 무엇을 넣어 보낼까?’를 궁리한다는 이야기로 학교 소개를 시작하였다.
마침 학생들의 모닝 어셈블리(아침 조회)가 진행 중이어서 참관을 했다. 강당에 전교생이 모여 앉아 있었고 아이들 사이에 함께 앉아 있는 선생님들이 보였다. 한 선생님이 이야기책을 읽으면 다른 선생님들이 가발을 쓰고 빗자루를 든 채 연기를 한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듣다가 까르르 웃기도 한다. 유치원생부터 9학년 아이들까지 모여 있으니, 앉아 있는 것이 좀이 쑤실만도 한데 아이들은 끝까지 집중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한바탕 웃으며 이야기 들려주기가 끝나자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아이들은 강당이 떠나가라 신나게 합창을 했다. 강당에 반별로 줄을 맞춰 서서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우리나라의 조회 시간과는 사뭇 다르다.
이야기 하나에 눈과 마음이 모이고, 노래를 함께 부르며 아이들이 따뜻한 공동체 속에 있음을 확인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합창이 끝나자 아이들은 삼삼오오 재잘거리며 교실로 돌아갔고, 교실로 가서는 함
께 본 이야기를 주제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모닝 어셈블리를 마친 학생들이 우리 일행에게 학교 구석구석을 다니며 안내해 주었다. 아이들은 그룹을 만들고 역할을 나누어 학교 소개를 스스로 준비했다고 한다.  우리의 질문에 골똘하게 고민하며 답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학교 소개 활동은 평가에 반영되며 평가는 수치화되지 않고 세세한 개별 피드백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교육의 목표나 중시여기는 것이 덴마크와 우리나라가 다를 것은 없었다. 다만, 아이들의 개성과 능력이 각각 다르고 다양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키워주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들은 결코 하나의 기준이나 잣대로 아이들을 판단하고 평가하지 않았다.
“우리 학교 좋아요! 우리 학교 다녀서 행복해요!!” 아이들의 웃음이 푸른 잔디처럼 싱그럽다. 그 바로 옆에 아이들과 있는 것이 행복하다는 교장선생님이 서있다. 서로 어울려 사는 친구 같은 모습, 이웃 같은 모습이다.
잠시 멈추어 서서,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서 그렇게 행복하기를 꿈꾸어 본다.

▲ 학습 연구년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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