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봉사 실천하는 영원한 소방인, 김은호 센터장

▲ 김은호 청주남부119센터장

어릴 적 장래희망이 소방관이었던 적이 있었다. 두꺼운 소방제복을 입고 시꺼먼 연기와 시뻘건 화마에도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불과 싸우는 모습, 어린 맘에 소방관의 그런 모습은 너무 멋져 보였다. 소방관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영웅’ 그 자체였다.
시간은 흘러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진지하게 장래를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소방관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곧 깨달았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명예는 있지만 정말 위험하다는 것. 100세 시대를 이야기하는 요즘, 평균 수명이 고작 58.8세밖에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화재진압으로 질병을 얻어도 제대로 보상조차 받을 수 없다는 것.
이쯤 되면 구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장래희망은 자연스레 바뀌고 소방관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로 치부된다. 어릴 적 꿈은 한낱 ‘세상물정 모르는 객기’라고 여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소방관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그렇다. 요즘 세상에 쉬운 일이 있겠냐마는 소방관이야말로 봉사정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직업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일,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직업, 바로 소방관이다. ‘구조머신’으로 불리며 8년간 소방관으로 일하다 2015년 혈관육종암이라는 희귀병으로 사망한 김범석 씨 이야기가 새삼 안타깝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관심속에 당연히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고만 여겼던 소방관. 그들은 우리 동네, 산남동에도 있다. 청주서부소방서 남부 119안전센터 19명의 소방관들은 산남동은 물론 수곡동, 장암동, 미평동, 분평동 등을 책임지고 있다. 이 지역에는 요양병원, 시설기관 등 유난히 사회복지시설이 많아 작은 화재로도 큰 불상사를 낼 수 있어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지난 1월 3일 청주서부소방서 남부 119안전센터에 새로운 센터장으로 부임한 김은호 씨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은 어쩌면 평생 한 번도 겪지 않을 수도 있는 화재와 매일 씨름하는 소방관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 청주 남부119센터 관할 구역도

 각종 장비점검으로 하루 일과 시작
“매일아침 출근과 동시에 차량과 개인장비를 점검하죠. 진압복은 제대로 준비되어 있는지, 공기호흡기는 제자리에 있는지 등등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화재와 출동에 대비하는 것이 첫 번째 업무입니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김은호 센터장은 119안전센터 이곳저곳을 소개하며 소방관들의 하루 일과를 설명했다. 청주서부소방서 남부 119안전센터에는 19명의 소방관들이 근무한다. 24시간 운영하는 만큼 3교대로 6명씩 근무한다.
점검과 동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소방관들은 화재진압은 물론 민원처리, 점검, 교육, 행정업무, 도상훈련, 현지 적응훈련 등 실로 다양한 일을 한다. 보통 소방관하면 불을 끄고 출동하는 것이 업무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화재진압 이외에도 소방관들이 하는 일이 매우 광범위하다. 김은호 센터장은 많은 업무 및 부족한 인원과 관련해서 “사실 6명이 근무를 한다는 것은 역부족입니다. 화재가 났을 경우 6명이 화재진압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죠”라며 열악한 환경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센터에는 구급차, 물차, 펌프차가 꼭 있어야 하는데 이를 관리하는 인력이 6명 안에 포함되어 있어 결국 6명이 근무하는 센터에서 불을 끄는 데 투입되는 인원은 고작 한두 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김 센터장은 “예전에 비해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고쳐야 할 것이 많다”며 “힘든 일을 하는 만큼 체력을 단련하는 것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일부 시민들은 소방관들이 운동을 하고 있으면 논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 출동점검을 하고 있는 남부119대원들

23년간 구조현장 누빈 ‘영원한 소방맨’
맘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의 김은호 센터장은 ‘영원한 소방맨’이다. 1994년, 29살 한창 나이에 제천소방서와 인연을 맺은 이후 무려 23년 동안 구조현장을 누볐다. 제천, 영동을 거쳐 청주소방서중앙센터 등 청주와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10년째다.
김 센터장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화재 진압과 구조를 했는데 불길을 뚫고 들어가 사람을 구하고, 강이나 호수에 빠진 사람을 구했다. 생사를 넘나들며 긴박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김은호 센터장은 “비록 힘든 일이지만 긴박한 순간에 생명을 구했을 때 정말 보람 있고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그 보람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모를 것”이라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최근 하복대 지역 5층 건물에 화재가 났었다. 신고를 받을 당시에는 사람이 건물 안에 있다는 말을 미처 듣지 못했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해 보니 3층 난간에 두 명이 매달려 있더란다. “그 순간 얼마나 당황했던지 그 절체절명의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단 몇 초안에 생사가 달린 긴박한 순간에 다행히 생명을 구할 수 있어 너무 기뻤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다시 태어나도 또다시 소방관으로 살겠다는 김은호 센터장. 그는 “사랑을 실천하고 봉사의 참맛을 느끼기에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단연 최고”라며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안전한 청주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김은호 센터장의 따뜻한 미소가 쌀쌀한 날씨에 더없이 푸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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