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

필자의 사안에서 어린이집 선생님들 김밥도시락을 아내(학부모)가 해주는 사안은 어떠한가? 일단 어린이집 선생님과 필자의 아내(학부모)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점심도시락을 해주어서는 안 된다. 다만 예외적으로 그 도시락이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사전적으로 ‘사교’란 여러 사람이 모여 서로 사귄다는 것이고, ‘의례’는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학부모 1명이 담임선생님과 단독으로 식사를 하는 것은 위 법의 취지에 저촉될 것으로 보이나, 학부모 전체가 주최한 자리에 담임선생님을 초청하여 금액 내에서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사교’에 속할 것으로 본다. 마찬가지로 소풍 때 어린이집 선생님의 점심도시락을 학부모 개인이 준비하는 것은 위 법에 저촉될 것이나, 학부모 전체의 동의하에 갹출하여 금액 내에서 준비하는 것은 일종의 ‘사교’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데 ‘직무관련성’을 이유로 교수·교사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커피 한 잔, 카네이션 한 송이도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 국민권익위의 해석이다. 김영란법 위반 첫 신고 사례였던 ‘캔커피 교수’가 상징적이다. 의문이다. 예를 들어 공개된 강의시간에 교수책상에 캔커피를 놓아놓는 것은 어떠한가?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은? 어차피 금액제한이 있는데, ‘비공개’가 아닌 ‘공개’된 경우까지 막을 필요가 있을까? 이런 논란에 대하여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사위에서 “권익위 청탁금지법 해석과 재판 판결은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란 서강대 석좌교수는 “소수의 악당이 저지르는 거대한 부정부패도 있지만, 다수의 선한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부정에 젖어드는 것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 깊이 내재된 관습화된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법의 도입취지에는 공감을 하지만 사소한 사회활동까지 제약하는 과잉 입법이 아닌지에 대하여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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