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순대’ 임장혁 사장, 사이클선수 아들 위해 묵묵히 뒷바라지

<이원순대 임장혁 사장>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던가?
예나 지금이나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많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아이들 의견이 존중받는 시대에는 더 그렇다. 가장의 의견보다 아이들 의견이 더 파워가 있을 때도 있다.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하나의 미덕, 또는 부모교육의 첫 번째 과제로까지 여겨진다.
하지만 ‘자식의 요구가 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것이라면?’,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아이가 고난의 길을 가겠다고 자처하고 나선다면?’ 고민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의 의견이라고는 하나 마냥 존중할 수도 없고, 뜯어 말리자니 아이의 앞길을 막는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어찌해야 할까?’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대목이다.
1년 전, 청주교육지원청 맞은편에 위치한 ‘이원순대’ 임장혁 사장도 그랬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면 피아노, 로봇조립이면 로봇조립, 손으로 만드는 것을 유난히 좋아해 운동과는 담을 쌓았다고 생각했던 16살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이클 선수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 당황스러움과 놀라움에 황망하기만 했었다. 임장혁 사장 본인도 야구, 축구 등 운동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운동선수의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아들에게 선뜻 ‘잘했다’는 격려의 말보다는 걱정 어린 눈빛을 보낸 것이 사실이었다. “아들이 운동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임 사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며 지난 1년을 회상했다.


격려해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부모역할

작년 5월. 산남중학교 3학년이던 임준형 군은 그동안 어린 가슴에만 묻어두었던 말을 아버지 임장혁 사장 앞에서 꺼냈다. 자신은 사이클이 너무 좋고,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사이클 선수의 길을 가야겠다고. 쉽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생각해 왔던 꿈이라고. 평소 허튼 소리를 하지 않는 아들의 성격을 잘 알기에 임장혁 사장은 그저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알았다. 너의 의견을 존중하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이미 중학교 3학년이 훌쩍 넘은 아이를 사이클 선수로 받아줄 충북지역의 고등학교는 없었고 사이클을 가르쳐주겠다는 코치도, 프로그램도, 학원도 없었다. 충북에서 유일하게 사이클 선수를 양성하는 미원중학교로 전학을 가고 싶었으나 고입 진학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뜻 전학을 환영해 주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방법은 단 하나. 일부러 결석을 하고 산남중학교에서 1년 유급을 한 이후에 미원중학교 3학년으로 다시 전학을 가는 방법뿐이었다. 그것만이 방법이었다. 임장혁 사장은 그때, ‘유급’과 ‘전학’ 사이에서 당황되고 고민스러웠던 시간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임 사장은 “아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부모로써 당연한 일이지만 순간순간 닥친 난관을 극복하고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고 외로웠다”며 “아들이 함께 견뎌준 것이 고맙다”고 전했다.
 

 

 

전국학생사이클대회서 임준형 군 은메달 획득

방법은 없었다.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연습과 훈련에 매달리는 것 밖에. 임장혁, 임준형 부자는 매일 사이클을 들고 교외로 나가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단 0.001초라도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페달을 밟고 또 밟았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이제는 주변에서 임준형 군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임 군의 실력도 조금씩 빛을 내기 시작했다. 힘든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올 3월 미원중학교 3학년으로 전학한 임준형 군은 지난 7월 26일 전북 전주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45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학생사이클대회 남중부 개인추발 2㎞결승에서 2분37초640으로 당당히 은메달을 땄다. 임장혁 사장은 “이제는 충북체고 진학도 가능하게 됐고 아들도 더 열심히 연습한다”며 “1년 전과 비교하면 요즘은 너무 행복하다”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러면서도 “국가대표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해 더 열심히 지원해주고 뒷바라지 할 것이다”는 다짐의 말도 잊지 않았다.
‘최선을 다한 당신이 아름답다’는 광고카피처럼, 조금은 늦었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찾았고,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임준형 군. 그리고 그런 아들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뒷바라지 해주는 이 시대의 아버지, 임장혁 사장이 더없이 아름답다. 임장혁, 임준형 부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
“절대로 약해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뒤쳐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
- 마야의 노래 ‘나를 외치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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