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교사노릇 힘들어. 요즘 아이들 예전과는 다르다구. 게다가 업무는 또 얼마나 많은지 말야.” 이런 말들은 교사가 아닌 친구들에게는 이도 안 들어가는 말이다. 돌아올 말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넌 방학이 있잖아~”

그래, 그렇게 기다리던 방학이 왔는데 마음 편히 쉬는 날은 손에 꼽힌다. 연수며 워크숍 일정이 줄을 서있다. 뭐 하나라도 더 배우고 준비해서 2학기를 잘 보내야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역시 방학은 좋다. 아이들만큼이나….
 

 

 

 

 

오늘은 출근이다. 우리 반 아이들도 봉사활동을 위해 등교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반가운지 하이파이브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의 아이들 모습은 낯설지만 경쾌하다. 형형색색 아이들 속에 학기말 내내 표정이 어두워 마음이 쓰였던 녀석의 얼굴이 밝아 보인다. 내심 반가우면서도 손톱만한 크기의 은색 귀걸이에 자꾸 눈길이 간다. 이어서 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두발로 향한다. 염색한 녀석은 없는지 요즘 대세라는 투블럭 헤어스타일은 없는지 레이더망을 돌린다.

아차 싶다. 복장이나 두발에 눈이 먼저 가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아역배우의 차진 사투리와 함께 유명해진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 정말 중요한 건 귀걸이도 머리 모양도 아닐 텐데 말이다.
청소가 시작되자 아이들 입에서 기다렸다는 듯 불평이 쏟아진다. “다른 곳에서는 1시간 활동하면 3시간 인정해 주는데 학교에서 하는 봉사가 제일 힘들어요.” 그래도 봉사활동이면 이 정도는 해야지. 그렇게 형식적으로 하면 봉사라고 할 수 있겠어? 자동반사로 튀어나오려는 잔소리를 꾹 참고 아이들 속마음을 따라가 본다.
“아이고, 그런데도 온 거야? 애썼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겠구나. 귀찮기도 했을 텐데 친구들 얼굴도 볼 겸 온 것 아니겠어? 게다가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한 것 같아 기특해.” 마음을 조금 알아준 덕분일까? 아이들은 불평하던 것을 어느새 잊고 빗자루를 꺼내든다. 수다 반 청소 반으로 조용하던 학교가 시끌벅적하다.
청소를 끝내고 독서활동까지 마친 아이들이 신나서 학교 밖으로 몰려 나간다. 간만에 뭉친 녀석들은 삼복더위 아랑곳없이 축구 한판 하러 갈 모양이다. 아이들이 빠져나간 학교를 둘러보다 잠겨있는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본다. 그동안 머금고 있던 후끈한 열기를 토해낼 뿐 아이들 없는 교실은 적막하기만 하다.
교실 구석구석을 그저 하릴없이 둘러보는데 책상 모서리에 붙여진 스티커들이 눈에 들어온다. ‘심쿵, 득템, 노잼~’ 어째 아이들 마음이 담긴 듯하다.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아이들 마음 같다. 녀석들...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과 함께 개학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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