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마 타로의 그림책 「까마귀 소년」에서 이소베선생님은 따돌림 받던 외톨이 땅꼬마가 까마귀 울음소리를 흉내 낼 수 있도록 학예회 순서를 마련해 준다. 땅꼬마의 까마귀 소리는 학예회에 모인 모두의 마음을 먼먼 산자락으로 향하게 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여섯 해 동안 타박타박 먼 길을 걸어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오면서 까마귀 소리를 낼 수 있게 된 땅꼬마를 이소베선생님이 유일하게 알아봐준 것이다.

 
뭐가 그리 바쁜지 쫓기듯 겨울방학을 맞이하며 ‘2월에는 아이들과 마음도 나누고 한 해 마무리도 해야지.’하고 다짐을 했건만 개학 후 주어진 건 딱 1시간의 수업이다. 게다가 꼭 다루어야 할 시장 가격 결정에 관한 내용이 남아있다. 고심 끝에 20분 정도 가격 결정을 체험할 수 있는 수업을 하고 남은 시간에 아이들이 서로의 성품을 찾아주는 활동을 구상하였다.
 
첫 반 수업. 하트가 그려진 활동지를 보고 ‘어우~ 오글거려 요.’ 하고 고개를 가로 젓던 아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들의 성품을 찾는 표정이 진지해진다. 다음 반 수업에서는 하나의 원으로 둘러앉자고 제안했다. 번거로울 법도 한데 모두 군말 없이 벌떡 일어나 동그랗게 예쁜 원모양을 만든다. “아니 얘들아, 뭐 그렇게까지 정성스럽게 원을 만들어?” 말은 이렇게 해도 흔쾌히 움직이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고맙다. 원모양으로 서로 얼굴 보고 앉은 것이 맘에 든다며 쭉 이렇게 앉고 싶단다. 둘러앉아 친구들 얼굴을 하나하나 보며 성품을 찾아준다. 나도 아이들 틈에 끼어 앉았다.
완성되어 돌아온 ‘나의 성품 하트’를 받아든 아이들의 눈이 반짝거린다. 옆 짝꿍의 성품 하트를 함께 보느라 시끌시끌하다.
“나한테 ‘차분하다’고 쓴 사람 누구야? 내가 차분한가? 하하하”
“어, 이것 보라구. 나는 ‘유머 있는’이 제일 많네. 역시 사람을 알아보는구나. 이래서 내가 개그맨이 되고 싶다니까.”
“선생님, 저한테 뭐 써주셨어요?”
한 해 동안 함께 생활한 친구들이 찾아준 자신의 성품을 선물처럼 품에 새긴다.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살아갈 힘이 되질 않겠는가. 땅꼬마를 까마귀 소년으로 알아봐준 이소베선생님처럼 말이다. 오늘은 내가 아이들에게, 아이들이 나에게, 아이들끼리 서로에게 이소베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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