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와 풍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쉼터’ 백비헌

백비헌

10여 년 전, 웰빙과 함께 불기 시작한 다도 열풍은 너도나도 다기세트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깔끔하고 단아한 다기에 녹차나 보이차 잎을 직접 우려내 차의 참맛과 여유를 즐기는 모습. 그야말로 현대인들의 로망이었다. 여유와 풍류, 더불어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니 무엇을 더 바랄까? 하지만 어느 틈엔가 찻 잎을 우려내 마실 수 있는 찻집들이 우리 곁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간판만 가리면 모두 같아 보이는 커피숍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 전통이나 개성 있는 찻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통나무 느낌의 정자 위에서 좋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마시는 자연 그대로의 차, 때론 시골 기와집이 연상되기도 하고 어릴 적 외갓집의 뜨거운 구들장이 생각나는 곳. 생각만 해도 정겨움이 묻어난다. 어디 없을까?
지리산이나 치악산 인근의 전통찻집, 또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떠올리며 서울 인사동 골목을 기웃거릴 필요는 없다. 우리 지역, 우리 동네, 산남동에도 전통적이면서도 자연적인 보이차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청주 산남고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대익차’다. ‘백비헌’으로 더 유명한 보이차 전문점, 백비헌을 찾아가 보자.
 
▲ 2층에서 바라 본 백비헌 1층 전경
원두커피와 보이차의 만남
2009년 설립된 백비헌은 한문으로 白, 沸, 軒을 사용, 말 그대로 ‘깨끗한 물을 끓이는 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인정받은 보이차를 비롯해 우롱차, 홍차를 마실 수 있는 찻집이면서 중남미 지역에서 생산된 생 원두를 직접 볶아 공급하는 로스터리 카페이기도 하다. 물론 일반 카페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음료도 맛볼 수 있다.
백비헌 외관은 사실 여느 커피숍과 다를 바 없다. 보이차를 마시는 곳이라고 해서 중국 소림사를 떠올린다면 오산. 널따란 통유리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옅은 갈색톤 원목 인테리
▲ 백비헌에서는 매주 차모임을 열고 커피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어에 편안한 의자, 지극히 평범한 커피숍 인테리어라 어쩌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1층만의 느낌. 2층과 3층 분위기는 1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1층에서는 직접 로스팅한 커피와 음료를, 2 층에서는 보이차와 우롱차, 홍차를 마실 수 있다. 또 3층에서는 오밀조밀하면서도 정교한 다기세트와 그림 등 차와 관련된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박규용 대표는 “좋은 차를 공급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백비헌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이기보다는 차를 배우고 공부하는 문화공간”이라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이어 “차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유물을
▲ 백비헌 2층 전경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고 이제 는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백비헌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1938년 설립된 보이차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대익차 전문점이기도 한 백비헌은 사실 인테리어에 상당한 공을 들인 곳이다. 청와대와 경복궁 사찰 등을 지은 대목장 정대기 씨가 도편수를 맡았고 인테리어에 사용한 모든 나무를 한국산 육송으로 만들었기 때문.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이미지가 조화로운 인테리어는 ‘보이차와 커피’라는 이집의 메뉴와 닮았다. 스마트 폰으로 광속의 빠름을 즐기면서도 여전히 느림을 이야기하는 곳, 이것이 바로 백비헌의
▲ 백비헌 1층 전경
매력이다.
 
차를 알다
백비헌은 문화적인 공간이다.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 이외에도 차와 관련된 다양한 작품과 유물을 보관·전시하고 있다. 55평 규모의 3층에는 다양한 다기세트와 그림, 그릇 등을 볼 수 있다. 박 대표는 “차를 알게 된 후 지인으로부터 받은 소중한 선물도 다수 진열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백비헌에서는 커피·차아카데미를 비롯해 보이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70여명의 커피 매니아들은 매주 커피 아카데미에 참여, 커피를 내리는 방법에 따라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직접 시음해 가면서 커피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윤수정 실장은 “회비로 1만원만 내면 본인이 직접 내린 다양한 스페셜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며 “정말 차를 좋아하고 즐기고 싶어하는 매니아 층을 형성하는 것이 이 모임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커피 뿐 아니라 보이차에 대해 공부하고 싶거나 차를 매개로 모임을 하고 싶다면 백비헌은 추천할 만한 장소다. 현재 백비헌에서 차 모임을 하고 있는 사람은 30여명으로 이들은 4~6명 정도 팀을 짜 차를 마시며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박규용 대표는 “4~6명 정도면 차회를 진행할 수 있다”며 “모임이 원활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설립한 이후 2013년에 중국 광동성 불산시에도 문을 연 백비헌은 2014년 산남점, 대전점, 전주점, 일산점 등을 연이어 열었다. 대익국제논차대회 중국결승전에 입상을 하는 등 국내에서 보이차의 대명사로 자리하고 있다. 박규용 대표는 “차맛이 좋다는 말이 가장 듣고 싶은 칭찬”이라며 “질적으로 우수한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현주 기자
 
 
“茶는 내 인생의 빠떼리~”
15년째 茶사랑에 푹 빠져 있는 남자
“좋은 차는 좋은 인연을 만들어줍니다. 차를 공부하고 알게 된 이후 인생의 깊이를 더 알게 됐고 편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큰 수익이 나지는 않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백비헌’ 박규용 대표가 평소 가지고 있는 차에 대한 지론이다.
15년째 茶 매력에 푹 빠져 있는 그는 차를 너무 좋아해 직접 찻집까지 열었다. 15년 전, 우연히 부강에 위치한 광제사에 들렀을 때 원행 스님이 전해주신 차 맛이 어찌나 좋던지 그 맛을 잊지 못해 차에 대해 공부하고 차를 하나 둘 사 모으기 시작한 것이 현재에 이르게 됐다고. 박규용 대표는 “차는 마시면 마실수록, 또 알면 알수록 그 매력에 더 깊이 빠져드는 것 같다”며 “차를 마시면서 인생의 깊이도 더 알게 됐다”고 전했다.
박 대표가 그토록 좋아하는 차의 매력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처음엔 그저 차 맛이 좋아서 공부하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차와 관련된 문화를 알게 되고 관심분야를 점점 넓히다 보니 이제는 차와 그림, 그릇에도 관심이 가더군요. 특히 차에 대해 자꾸 빠져드는 이유는 좋은 사람을 자꾸 알아가기 때문입니다. 차를 알기 전에는 나누고 공유하는 것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차를 알게 된 후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지인으로부터 받은 소중한 선물도 나만 보고 간직하기 보다는 함께 보고 그 기쁨을 나누고 싶어지는 것이죠” 차를 통해 비로소 인생의 깊이를 알게 됐다는 박규용 대표.
그는 “차 모임이나 차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환영한다”며 차 한 잔 하고 가라고 사람 좋게 웃는다. 백비헌에서 바라본 산남동 거리가 유난히 여유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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