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의 대리권

A씨의 남편은 오랫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A씨는 그 기간 동안 병원비, 교육비 등을 혼자의 힘으로 부담하느라 생활이 매우 어려워졌다. 이에 남편 명의로 되어 있는 주택을 매도한 후 월세로 옮겨 그 대금으로 병원비 및 생활비를 지출해 왔다. 하지만 남편이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후 위 주택매매계약을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A씨가 체결한 매매계약은 무효가 되는 것일까?

원칙적으로 대리권이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서 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하지 아니하면 본인에 대해 효력이 없다. 하지만 민법 제827조는 ‘부부는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따라서 일상의 가사에 속하는 행위에 대한 대리는 상대방 배우자에 대해 효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일상가사행위를 판단함에 있어서 부부동공체의 생활구조, 부부의 사회적 지위·직업·재산·수입능력 등 현실적 생활 상태뿐만 아니라 그 부부의 생활 장소인 지역 사회의 관습, 그 법률행위의 객관적인 종류나 성질 등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고, 일반적으로 일용품의 구입, 광열비, 교육비, 의료비, 자녀양육비 등의 지출에 관한 사무를 일상 가사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금전차용행위에 있어서는 일상적인 생활비로써 타당성이 있는 금액일 경우로 제한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31229 판결 등) 결국 통상적인 금전의 융자나 가옥의 임대차, 직업상의 사무 등은 일상가사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그 경우에는 행위 당사자만이 책임을 지고 상대방 배우자는 책임이 없는 것이다.

다만, 민법은 부부사이가 아닌 경우라도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하였을 때 제3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남편이 정신병으로 장기간 병원에 입원함에 있어서 입원비, 생활비, 자녀교육비 등을 준비하여 두지 않은 경우에 그 아내에게 가사대리권이 있었고 남편 소유의 가대를 적정가격으로 매도하여 그로서 위 비용에 충당하고 나머지로서 대신 들어가 살 집을 매수하였다면 매수인이 이러한 사유를 알았건 몰랐건 간에 객관적으로 보아서 그 아내에게 남편의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70. 10. 30. 선고 70다1812 판결)’고 판결한 바 있다.

▲ 안재영(법률사무소 유안)변호사
결국 위 사안에서도 A씨의 주택매매계약은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며, 남편이 나중에 이를 무효로 돌릴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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