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식(사람&사람) 변호사
난 6월 2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유책배우자(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지를 두고 역사적인 공개 변론을 열었다. 이날 사건은 15년 동안 아내와 별거하다 다른 여성을 만나 미성년 혼외자녀를 둔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이다. 대법원은 1965년 "축첩한 남편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첫 판결 이후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기각해 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과거에 비해 파탄주의 도입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보며 이번 판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날 공개변론의 쟁점은 첫째, 파탄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시대상황과 국민정서가 바뀌었는지 둘째, 이혼 이후 경제적 능력이 없는 약자는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론에 크게 보도될 만큼 사회적 큰 이슈이다. 언론 기사를 참조하여 그 날의 논쟁을 정리하면 이렇다. 유책배우자측 변호사는 형식적인 혼인생활을 유지한다고 당사자들이 행복해지지 않는 점에서 차라리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상대방측 변호사는 부정행위로 혼인을 깬 자가 합의도 없이 부부관계를 해소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반박한다.

책배우자측은 "과거에는 유책주의가 사회적으로 약자인 여성의 축출이혼을 방지하고자 함이었으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우리 사회 일반에서 유책주의에 대한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2년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55.4%와 전문가의 78.7%가 배우자 보호조건 아래 파탄주의의 제한적 수용에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또 최근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도 혼인관계 등에 대한 우리 사회 일반의 의식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면 상대방측은 "간통죄는 매우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이어서 형사처벌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문제는 사회 기초를 이루는 가족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달리 판단해야 한다. 유책배우자에 대한 오기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혼을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에 굳이 명문으로 파탄주의를 도입할 필요도 없다"고 반박했다.

 음으로 파탄주의를 도입하면 지금보다 훨씬 이혼이 늘어날 것인데, 과연 경제능력이 없는 당사자를 이혼 이후 어떻게 생활을 보장할 것인가이다. 유책배우자측 변호사는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기여도도 최고 50%까지 인정되고 있고 최근에는 장래의 퇴직급여를 재산분할에 포함시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 이혼이 상대방에게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때는 이를 제한하는 가혹조항을 도입하고, 위자료나 재산분할 등 부양적 요소를 지금보다 더 고려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상대방측 변호사는 "유책배우자들은 대부분 별거하다가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땐 분할할 재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재산이 있더라도 별거 때문에 상대 배우자가 기여도를 거의 인정받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또 "법원이 유책배우자에게 위자료 지급 의무를 인정하더라도 금액이 최고 5000만원을 넘지 않아 무책배우자가 받은 고통을 보상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자는 이제는 파탄주의를 도입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이 이혼을 거부하는 이유는 배신감이 제일 크겠지만, 한편 자녀 때문에 안하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이들도 다 안다. 껍데기로 사는 부모의 삶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차라리 아이에게 ‘잘 헤어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간혹 상속을 이유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상속은 자녀가 많을수록 배우자의 몫이 줄어들지만, 이혼상 재산분할 청구는 최대 50%까지 받아낼 수 있다.

속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재산법 관계에서 일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그 약속은 깨지게 되고, 예외적으로 목적달성이 불능이면 또한 해제된다. 다만 그 손해배상책임만 지면된다. 그런데 남녀간의 혼인약속의 근본은 돈이 아니라 ‘믿음’이다. 우리가 믿음을 누구에게 강요할 수 없듯이, 근본적으로 국가가 서로간에 마음이 떠난 남녀를 붙잡아 놓고 평생을 그리 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8고(苦)중에 미워하는 사람과 계속 만나야 하는 괴로움을 원증회고(怨憎懷苦)라 한다. 가는 것은 잡지 않고, 오는 것은 막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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