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9세가 되기 전까지 겪게 되는 쾌감의 경험 ‘근원적 체험’

근원적 체험이 풍부한 아이, 창조력 발휘와 안정된 정서 함양
 
 











산과 들에 개망초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유월 말 입니다. 개망초 꽃을 보면 계란후라이가 생각나고 어렸을 적 친구들과 소꿉놀이하던 때가 연상이 됩니다. 눈만 뜨면 자연스럽게 코 흘리게 친구들과 모여 뭐할까? 라고 말하고는 기와조각을 주워 개망초 꽃송이를 계란후라이 반찬으로 올려 놓습니다. 들꽃과 잎사귀를 찧어 반찬을 더 만들고 고운 모래를 한 움큼 주워 담아 모래밥을 만듭니다. 꼬맹이의 눈높이에 맞춰 잘 차려진 밥상에 엄마, 아빠, 아기가 되어 밥을 먹는 흉내를 냅니다. 이것이 지루해지면 또 다른 놀잇감을 찾으러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 아카시아 줄기에 붙어있던 잎을 따서 버리고 친구의 머리에 줄기를 칭칭 감고 미장원놀이를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엔 이렇게 사계절 내내 자연에서 놀잇감을 찾아 친구들과 종일 놀았던 아련한 추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놀았던 그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요? 오늘은 더욱 더 친구들이 보고 싶은 날입니다.
 
 
온 나라가 메르스로 인하여 어수선합니다. 6월에 울 천사들과 함께 하려고 계획했던 감자 캐기, 상추 따기, 숲 체험, 어린이미술관 체험학습, 모래교실, 동극관람, 자연물 만들기 체험장 방문 등이 모두 취소되고 꼼짝없이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 현실에 천사들보다 원장이 더욱 몸살 날 지경입니다. 언제나 맘 편하게 체험활동을 나갈 수 있을런지. 하루 빨리 메르스가 사라진 조용 한 세상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어느 날 어머니 한 분이 원아상담을 오셔서 “하루 종일 애들이 뭐하고 논대요?”라고 궁금해 하셔서 또래 아이들이 즐기는 오감체험활동에 대해 잘 설명해 드렸습니다. 매월 제철에 흔히 볼 수 있는 과일이나 채소를 주제로 6월에는 토마토를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토마토 관련 자연관찰책 또는 동화책을 읽어주고 토마토는 어떤 색인지, 감촉이 어떤지를 만져보며 눌러보고 손가락으로 찔러 구멍도 내어보면서 살피고 반으로 잘라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관찰할 수 있도록 합니다. 커다란 통에 토마토를 담아 친구들과 함께 밟아 으깨어 보면서 발바닥 촉감도 느껴봅니다. 커다란 전지에 토마토 발자국도 찍어보며 발바닥의 크고 작음도 비교해 봅니다. 관련 노래를 부르며 신
 
체활동으로도 연계해 봅니다. 토마토를 갈아 생과일 주스도 만들어 먹어 보고 꼬물꼬물 고사리 손으로 점토를 주물러 토마토를 비슷하게 만들어도 봅니다. 마지막으로 토마토가 달린 농장으로 가서 토마토를 직접 따서 먹어보는 활동으로도 연계해 봅니다.
 
영유아의 두뇌 발달에 ‘오감체험활동’이 좋은 이유는 특정한 감각에만 치우치는 게 아니라 오감이 고루 발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야채, 과일에 대한 거부감을 버리고 좋은 먹거리 재료라는 것을 알게 해주며 책으로만 보았던 것을 실물로 직접 촉감을 느껴보고 냄새를 맡아보고 살펴보고 관찰하며 비교해보고 먹어보면서 몸으로 직접 느껴보기 때문에 오랜 기억에 남습니다. 몇 일전 00가 집에서 수박을 보고 토마토라고 말했다고 어머니께서 담임에게 토마토에 대해 배우고 있냐고 물어보셨다고 합니다. 아이의 뇌는 다양한 환경과 접할 때 폭발적으로 발달하게 되는데 사고력이 발달하는 유아기에 학습지나 TV시청 보다는 계절 야채나 과일을 가지고 내 아이와 함께 오감체험활동을 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아이가 9세가 되기 전까지 겪게 되는 쾌감의 경험을 ‘근원적 체험’이라고 합니다. 근원적 체험은 어른이 되었을 때의 인간 됨됨이나 성격을 결정짓는데 잔잔한 바다, 평화로운 풍경, 숲의 냄새, 바닷바람의 감촉, 여행지에서 바라본 눈부신 석양, 자연에서 뛰놀던 기억 등이 근원적 체험을 구성하며 근원적 체험이 풍부한 아이는 그것을 기초로 창조력을 발휘하며 안정된 정서를 갖게 됩니다. 지금부터라도 내 아이가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느끼며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환경적 자극을 제공해 주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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