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의 의미를 바꾼 밥맛~떡볶이



신문사 잔무를 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아들이다. “엄마 오실 때 떡볶이 사다주시면 안돼요?” 또다. 엄마를 닮아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건 알지만 참 자주 졸라댄다. 엄마표 간식으로 직접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아들 녀석의 무한한 떡볶이사랑에 매번 만들어 주기도 버겁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그 맛!’이 안 난다. 맛있게 매우면서도 당기는 쫄깃한 떡맛! 그 그 양념에 버무린 김말이와 오징어튀김까지. 오늘도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 내발길은 단골 떡볶이가게로 향한다. ‘밥보다 맛있는 떡볶이방’으로.    

아저씨의 인생 2라운드

떡볶이 광인 나로서는 당연히 그럴 것이다 생각하고 꺼낸 첫 질문. “떡볶이를 좋아해서 시작하게 되셨나요?”에 이정후(밥맛떡볶이, 47세)사장님은 정색을 하고 답한다. “아뇨 꼭 그런 것은 아니고요, 이전부터 직장 생활하면서 노후불안과 명예퇴직등 장래불안에 뭔가 내일을 해보자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뭐 아예 계획이 없었던건 아니고요. 빵집, 삼겹살집, 유명체인점 등 다양하게 알아보다 시대적 코드가 떡볶이라는 판단이 서더군요.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술을 팔지 않는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아서 시작했습니다.” “하루 중 때가 없는 장사다 보니 처음에는 하루 열 네 시간 꼬박 서있어, 힘들기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열심히 한만큼 보람도 있지만 그렇게 한 일 년 지나니 돈 버는 장사가 다는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 보단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드는 장소가 되고 싶습니다.” 

 “떡볶이 맛?  아시면서~. 제 인기가 비결입니다.”

“처음에는 뒤에서 도와줄 요량이었는데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관심 갖고 이름 알아주니까 좋아하더라고요. 한번은 딸아이(이지혜 산남고2) 또래 아이고 자주오기도 해서 일부러 이름을 외워 불러줬더니 그 옆 친구들이 “아저씨 제 이름은요?”하며 서운해 하더라구요. 당황해서 얼버무려 넘기긴 했는데, 그때 아이들이 관심 받고 알아봐 주는 것을 원한다는 것을 배웠죠.” 사실이다. 산남고등학교에 모의고사가 있어 일찍 끝나는 날이면 떡볶이회식(?)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와중에도 사장님이 아이들과 살갑게 안부를 주고받는 것을 여러 차례 본적이 있다. “딸 지혜가 관심 표현에 있어서 많은 조언을 해준 답니다. 친구들의 고민과 관심사, 표현의 수위 조절 등을 말이죠. 그 녀석 도움이 큽니다. 하하”

“사실 저도 초기에는 처음 하는 장사라 단가도 따지며 많이 계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창 크는 아이들 식성과 빈약한 주머니 사정을 저도 부모니까 알죠. 그래서 떡볶이, 튀김 조금 더, 비벼먹을 밥 한 공기 더, 이렇게 맘으로 서비스 하니까 아이들이 감사해하며 또 와요. 그러면 그 아이 엄마들도 고맙다고 또 와요. 그렇게 같이 가족단골이 되는 거죠. 맛이요? 자주 오시면서~” “한번은 일곱 살 여자아이가 엄마에게 절 사랑한다고 고백 했다나 봐요. 엄마가 아이랑 가게에 왔다가 그 얘길 재미삼아 했는데, 아이는 나름 진지하게 고백 한 이야기를 엄마가 쉬 아저씨에게 말해버려서 화가 많이 났다고 하더군요. 다시 오기까지 몇 달이 걸렸지요.” 연신 인기자랑이시다.

온 세대가 좋아하는 떡볶이, 가족 외식메뉴로 !!

밥맛 떡볶이는 다른 유명브랜드 떡볶이하고 다르게 국물이 조금 많다. 그 칼칼하고 담백하게 매운 국물과 긴 떡이 특징이다. 그냥 마시고 싶을 정도로 개운하다. 그 국물에 튀김과 순대 등을 버무려 먹어도 맛있고 김가루와 참기름 밥을 넣어 비벼먹어도 맛있다. (물론 개인차가 있음을 분명히 한다) 떡볶이 양념이야 당연히 비밀이지만 튀김은 깨끗하고 좋은 기름이 비법이다. 그날, 그날 바로 두 번튀겨서 기름이 많지 않고 약간 단단한 식감이다. “다들 좀 더 써도 된다고 말하는데 기름이 깨끗하지 않으면 왠지 제가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라고 사장님은 단호하게 말한다.

취재중 주말 오후, 어머니를 모시고, 시누이 가족과 함께 즉석떡볶이로 외식을 하는 이미옥(분평계룡리슈빌)씨 가족을 만났다. “이사온지 한 삼년 됐는데 그때부터 한 달에 한번 정도 오는 것 같아요. 오늘도 아이랑 조카가 오자고 해서 이웃에 사는 고모가족이랑 어머님 모시고 같이 왔어요. 떡볶이의 매력요? 역시 매운맛이이죠!” 옆에서 땀 흘리면서 즉석떡볶이에 라면사리를 넣어 맛있게 드시는 아빠가 한마디 거든다. “아들하고 제가 떡볶이를 좋아합니다. 칼칼하고 매콤하고 맛있어요. 즉석떡볶이 국물에 라면사리와 튀김을 먹고 밥까지 비벼먹으면 맛있습니다.” 떡볶이 제대로 즐기신다. “어머님 안 매우세요?”어르신께 여쭈니, “맛있어요.”라는 말만 하신다. 이미옥씨는 떠날 때는 같이 못 온 가족을 위해 떡볶이‧ 튀김‧ 순대까지 가득 포장해간다. 이정후(밥맛떡볶이방)사장은 “저희 떡볶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다 좋아합니다. 교육청직원 법원‧ 검찰 직원들도 종종 오십니다. 오셔서 아이들이 국물에 김가루와 밥을 비벼 먹는 것을 슬쩍 눈여겨 보시고는 다음에 오셔서 그렇게 드시더군요. 하하”

연애할 때, 입덧할 때 추억하는 맛집되고파

아직도 기자는 어릴 적 학교 앞에서 먹었던 떡볶이를 기억한다. 너무 좋아해 ‘떡볶이 아줌마’가 되고 싶었더랬다. 그렇게,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음식은 그 맛으로 추억과 어우러져 그 시절 기억의 마중물이 되기도 하나보다. 밥맛떡볶이방 사장님은 “지금도 가끔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이 주말이나 방학 때 ‘생‧각‧나‧서’ 들렸다며 오고 있어요. 제 바람은 제가 할 수 있는 한 오래해서 이 아이들이 남자친구와 연애할 때, 더 커서 결혼하고 임신해서 입덧할 때 생각나 찾아오는 그런 곳이 되는 것입니다.”

-이정희기자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