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의 좌충우돌 여행기

시칠리아섬에는 3개의 큰 신전 유적지가 있는데 제일 유명한 곳이 아그리젠토이고, 그 다음이 가장 규모가 크고 복원을 잘해 놓은 곳이 셀리눈테이고,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팔레르모 근처 세게스타이다.

셀리눈테(Selinunte)과 고고학 박물관
시칠리아섬 서남쪽에 있는 그리스인의 식민도시 유적으로 기원전 628~ 627년경 동해안의 식민도시 메가라피브라이아의 도리스인들에 의해 건설된 곳으로 B.C.6~5세기에 짧은 전성기를 누리다가 기원전 409년 카르타고에 의해 함락되었다.
크고 작은 8개의 도리스식 신전 (A~G 및 O 신전)이 있는데 굉장히 넓다. 신전 표시를 A,B,C~로 표시한 것은 어느 신에게 바쳐진 신전인지 분명치 않아서 분쟁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매표소를 지나 처음 만나는 E 신전은 헤라신전인데 규모가 엄청 크고 비교적 원형 그대로 복구되어 있었고 신전 안에까지 모두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기둥과 벽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원형 기둥인데 표면이 둥글게 패여 있는 게 아주 신기하다. 기원전 5세기에 무슨 도구로 이렇듯 정교하게 둥근 홈을 팠을까? 높이가 다다른 기둥들을 접착제 없이 쌓아 올려서 결국에는 지붕부분 끝에서 정확히 일치하게 하여 수평으로 만들어 천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벽들도 커다란 돌을 네모반듯하게 잘라 지그재그로 쌓아 지진이나 침략에도 끄떡없는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것이 불가사의하다. 헤라신전 근처에 박물관이 있는데 별도의 입장권 없이 들어갈 수 있다. 발굴 당시의 발견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고, 그 당시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그림과 영상이 있어 유적지를 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유적지입구~첫번째
유적지입구~첫번째
E신전~헤라신전
E신전~헤라신전
헤라신전의 둥근기둥
헤라신전의 둥근기둥

매표소에서 셔틀버스 탑승권을 따로 구입하지 않은 우리는 먼발치에서 나머지 유적들을 바라보았다. 아크로폴리스와 아고라도 있고 그 당시 인구가 10만 명쯤 되었다고 하니 거주지 구역 또한 엄청 컸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광활한 농업지역을 가지고 있었고 직사각형 주택 블럭과 도로 시스템으로 주요 도로는 큰 암석판으로 포장을 하였다고 한다.
지진과 세월의 풍파로 무너진 신전을 보며 그 시절의 전성기와 몰락을 보는 듯하여 역사란 무엇인가, 찰나와 같은  인간의  삶이란, 그리고  나는  왜 지금  여기에  있을 
까 하는 상념에  젖었다.

박물관내부
박물관내부
기념품샵
기념품샵

그리스  고대  유적지를  탐험하는  스스로를  대견해하면서 이렇듯 거대한 신전을 세울 만큼 번성했던 도시가 파괴되어  돌무더기로 남아있음에 씁쓸함을  느꼈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벌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계기로  시칠리아 도시  간의  지역분쟁은  강대국들의 전쟁으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도 셀리눈테는 멋진 신전에만 관심이 있고 전쟁에 대비한  성벽이나  무기  제조보다 화려한  조각을  선호하였고 심지어  해군도  보유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전들의 계곡’ 아그리젠토에서 다시 한번 그리스 유적지를 감상할 기회가 있으니 걷기에는 너무 먼 나머지 신전들을 뒤로 하고 다음 여행지인 몰타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시칠리아에도 대저 토마토가 있다!
요즘  막 나오기  시작한  대저  토마토는 5월까지가  제철이다. 토마토야  연중  먹을 수 있지만  봄철에만  먹을 수 있는  부산지역 ‘대저  짭짤이  토마토’는 일반  토마토에 비해  과육이  단단하여  씹는  맛도  좋고  당도도  높아 인기가 높다. 대저동은 낙동강 하류에 위치하여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  이루어진  비옥한  퇴적층을  가지고  있어 염분과 유기물이 많아 달고 짭짤하다. 시칠리아 시라쿠사와   라구사에서 재배되는   방울토마토   파끼노(Pomodoro di Pachino)는 시칠리아의  바람, 화산토, 날씨 등으로  달고 짭짤하여  유럽 전역에  수출된다. 
이것이  들어간  샐러드와  토마토소스로  만들어진  음식은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혹시  시칠리아를 가게 된다면 꼭 먹어 보시라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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