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청주의 뉴선비들과 이정골 마을주민들 단체사진, 신항서원'차이나는 스테이_낭송 삼시 세끼' 단체사진 ⓒ신항서원
제주와 청주의 뉴선비들과 이정골 마을주민들 단체사진, 신항서원'차이나는 스테이_낭송 삼시 세끼' 단체사진 ⓒ신항서원

해성인문학네트워크(대표 김해숙)는 신항서원에서 살아 숨쉬는 향교·서원 문화유산활용사업(주최:문화재청 충청북도 청주시, 주관:신항서원)을 진행 중이다. 신항서원은 올해로 문화재활용사업 5년 차를 맞이했다. 청주지역 문화재인 ‘신항서원 묘정비’와 구현사, 서원마을 이정골을 대상으로 시민들을 위해 휴식과 앎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 ‘차이나는 스테이’ 1회차가 6월 11일(일)부터 6월 13일(화)까지 2박 3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바다의 섬 제주 귤림서원의 유림들과 내륙의 섬 청주 신항서원의 유림들 상견례 ⓒ신항서원
바다의 섬 제주 귤림서원의 유림들과 내륙의 섬 청주 신항서원의 유림들 상견례 ⓒ신항서원
신항서원에서 (낭송 제주 옛이야기)의 저자 박정복 선생님의 미니강의중 ⓒ신항서원
신항서원에서 (낭송 제주 옛이야기)의 저자 박정복 선생님의 미니강의중 ⓒ신항서원

차이나는 스테이 1회차는 ‘낭송 삼시 세끼’라는 이름으로 매 순간 낭송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으로 온몸에 낭송이 배어들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낭송 삼시 세끼’ 손님으로는 바다의 섬 제주 귤림서원의 유림들과 제주 인문학공동체 ‘흥소’의 학인들이 찾아오셨다. 내륙의 섬 청주 신항서원의 유림들은 유생복을 갖춰 입고 제주 손님들을 맞이하였다. 구현사에 배향된 아홉 선현들에게 제주 유림들과 함께 예를 갖추어 인사를 드리는 고유제를 올렸다. 고유제를 마친 후 제주 유림들과 상견례가 진행되었다. 오현단은 제주에서 조선 시대에 유명한 다섯 명의 현자를 기리는 곳이다. 오현은 충암 김정, 우암 송시열, 규암 송인수, 청음 김상헌, 동계정온을 말한다. 신항서원 구현사에는 경연, 박훈, 김정, 송인수, 한충, 송상현, 이색, 이이, 이득윤 아홉 분이 배향되어있다. 청주와 제주의 유림들은 두 곳에 함께 배향된 충암 김정과 규암 송인수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항서원 인물을 찾아서---목은 이색을 구해준 압각수를 만나다 ⓒ신항서원
신항서원 인물을 찾아서---목은 이색을 구해준 압각수를 만나다 ⓒ신항서원

제주 오현단의 인물을 찾아서 떠난 첫번째 기행지는 충암 김정의 유적지였다. 충암 김정은 기묘사화의 대표적 인물로 제주도까지 귀양을 가셨다. 종택을 지키는 김응일 선생님께 김정의 귀양길 이야기, 묘소 옆 백비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불천위를 받게 된 연유까지 들을 수 있었다. 두 번째 기행지는 강수 박훈의 이야기가 있는 오송 모가울공원이었다. 밀양 박씨의 후손이면서 모과공원 조성에 깊은 연관이 있는 박상일 교수님께서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박씨 후손들을 모가울 박씨라고 부르게 된 연유, 박훈과 기묘사화 이야기, 박훈과 어머니의 행적 그리고 수천암이 생긴 유래에 대해 실감나게 설명을 해 주신 덕에 제주분들은 큰 관심을 보이며 재미있어 하셨다.

답사를 마치고 신항서원의 필수코스인 낭송이 진행되었다. 그동안 신항서원의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낭송되었던 고전의 문구들을 모아 펴낸 낭송집 「함께 낭송」을 소개하고 몇 가지 낭송을 함께 해 보았다. 고전 문구를 읊을 때마다 이야기 속 재미에 폭 빠져 웃음이 넘쳐나는 시간이었다.

강수 박훈의 재실로 사용된 옥산 수천암을 찾은 제주유림과 뉴선비들 ⓒ신항서원
강수 박훈의 재실로 사용된 옥산 수천암을 찾은 제주유림과 뉴선비들 ⓒ신항서원

손님들이 묵게 될 수천암은 강수 박훈의 재실로 사용되었고 현재 전국 유일의 분암이다. 바다에 살던 손님들에게 충청도 내륙 산골 고택에서의 숙박은 특별했다. 고택에서는 그림과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나를 찾아가는 수천암아트콘서트’가 진행되었다. 시조창과 대금의 연주가 고택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시간이었다. 제주 유림 한 분은 “고택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멋진 시도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둘째 날, 고택에서 아침을 맞이한 손님들은 마당에 있는 우물물을 두레박으로 직접 퍼올려 사기 주발에 담아 정한수를 올렸다. 각자 저마다의 소원을 빌며 경건한 아침 의례를 마치고 대청마루에 둘러앉아 ‘18세기 소품문’으로 아침 낭송을 시작했다. 고택에 제주 뉴선비들의 낭송 소리가 울려퍼졌다. 청주 선비의 제례체험을 위해 유생복으로 환복하고 청주의 제례상차림을 직접 차려보았다. 제주의 제례상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제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가며 충청도 잿밥을 함께 나누어 먹었다.

수천암에서 제주도 유림들은 청주 선비의 제례체험을 통해 충정도식 제사상을 차려보고 함께 먹어보았다. ⓒ신항서원
수천암에서 제주도 유림들은 청주 선비의 제례체험을 통해 충정도식 제사상을 차려보고 함께 먹어보았다. ⓒ신항서원

신항서원의 낭송은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었다. 입으로 하는 기본 낭송이 있고, 리듬을 넣어 랩으로 만든 랩낭송, 몸동작을 활용해 고전 문구를 몸으로 풀어내는 몸낭송도 있다. 특히 수천암 대청마루에서 펼쳐진 선비의 몸낭송은 손님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가져다 주었다.  ‘군자 vs 소인’ 몸낭송은 군자의 마음가짐과 소인의 마음가짐을 온몸으로 표현해보는 시간이었다. 싱잉볼을 이용한 명상을 통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선비의 마음을 몸으로 익혀 자신의 마음을 돌아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신항서원 계개당에서는 「낭송 제주옛이야기」의 저자 박정복 샘의 미니 강의가 진행되었다. 네 분의 제주 학인들이 제주도 사투리로 설문대할망의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낭송으로 보여주었다. 함께 참석한 이정골 주민들은 충청도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연스럽게 제주도와 충청도의 낭송 배틀이 이어졌다. 해성인문학네트워크의 낭송 교사들의 랩낭송도 이어졌다. ‘천자문’, ‘김득신’, ‘훈민정음’, ‘도원결의’ 등 흥겨운 랩낭송에 맞춰 듣는 손님들의 어깨도 들썩였다. 이정골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낭송이 있다. 바로 다듬이 낭송! 이정골 주민들과 제주손님들은 밀양아리랑, 충청도아리랑 등 전통민요를 다듬이 가락에 맞춰 신나게 두드려 보았다. 마을 주민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신항서원의 프로그램은 차별성이 있다. 마을을 함께 돌아보며 레트로한 마을을 어떻게 서원과 접목시키고 시민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이정골 레트로 투어’가 이어졌다.

이정골 마을회관에서 제주 유림들과 함께 하는 다듬이 낭송시간,최언년 어르신이 함박웃음을 머금고 있다. ⓒ신항서원
이정골 마을회관에서 제주 유림들과 함께 하는 다듬이 낭송시간,최언년 어르신이 함박웃음을 머금고 있다. ⓒ신항서원

 

마지막 날에는 청주 읍성길 시내 투어를 했다. 율곡 이이의 서원향약비를 직접 찾아가보고 목은 이색을 구해준 중앙공원의 압각수를 만나보았다. 김해숙 신항서원활성화사업단장은 청주와 신항서원에 얽힌 역사적인 이야기, 청주 읍성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었다.

‘낭송 삼시 세끼’에 참여한 제주 유림은 “청주의 역사 인물에 대한 고찰과 지역 사회 문화, 예술과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매우 공감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이 창의적이고 문화유산을 전승하는데 크게  이바지하리라  여겨진다.”며 소감을  전했다.
 

 서월석 통신원(해성인문학 네트워크)
 서월석 통신원(해성인문학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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